집은 사무실과 달리 필수재인 만큼 미국 멀티패밀리는 안정적 임대 수익을 창출하는 투자 상품이다. 게다가 향후 대출을 값지 못한 부실자산이 시장에 쏟아질 경우 저가매수 기회도 있다.
브룩필드·KKR, 멀티패밀리 ‘조 단위 투자’
13일 글로벌 상업용부동산 정보회사 코스타에 따르면 브룩필드자산운용 자회사 브룩필드 프로퍼티스는 작년 11월 블랙스톤 리얼에스테이트 투자신탁으로부터 멀티패밀리 포트폴리오를 8억4500만달러(약 1조2343억원)에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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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작년 6월 사상 최대 규모의 멀티패밀리 투자에 나섰다. 주택 건설업체 레나의 자회사 쿼테라로부터 미국 전역에 걸쳐 대규모 아파트 포트폴리오를 21억달러(약 3조691억원)에 인수한 것.
이번 투자는 KKR이 아파트 부문에서 집행한 투자건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이 포트폴리오에는 18개 A급 멀티패밀리 부동산이 포함돼 있다. 가구 수로는 5200가구가 넘는다.
블랙스톤 리얼에스테이트 투자신탁은 글로벌 사모펀드 블랙스톤이 운영하는 부동산 투자회사(REIT·리츠)다. KKR과 블랙스톤은 거래한 19개 부동산 중 14개가 10개주 4년제 공립 대학 근처에 있으며, 대부분 캠퍼스까지 걸어갈 수 있는 위치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큰손들이 이처럼 멀티패밀리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임대수익이 안정적인데다, 향후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주택 공급 부족과 더불어 세입자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회사 레드핀에 따르면 작년 2분기 기준 미국 내 임차인 가구 수는 4520만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했다. 이 증가폭은 지난 2021년 이후 2번째로 높다.
반면 주택 소유자 가구 수는 8630만 가구로 0.6% 증가에 그쳤다. 지난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고금리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부담이 높아지자 주택 소유보다는 임차를 선택한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부실자산 급매 쏟아지면 ‘저가매수 기회’
향후 저가매수 기회도 있다. 고금리에 리파이낸싱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멀티패밀리 매물이 향후 시장에 급매로 쏟아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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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상당 부분은 부채상환비율(DSCR)이 최소 기준인 1을 밑돌고, 담보인정비율(LTV)이 지나치게 높은 상태다. DSCR이 1 미만이면, 영업에서 창출한 자금으로 대출원리금을 갚을 수 없다는 뜻이다.
또한 상업용부동산 데이터회사 CRED iQ의 집계를 보면 지난 6월 말 기준 멀티패밀리 상업용부동산 담보부증권(CMBS) 중 약 7.4%가 대출이 연체됐거나 특수·채권관리 상태에 있다.
올해와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멀티패밀리 CMBS 채무는 1130억달러로, 만기 채무 총액의 35%를 차지한다. 만약 대출 기관이 차입자와 협력하지 않을 경우 멀티패밀리 부실 자산이 시장에 대거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
토마스 홀 그린리프캐피탈 파트너는 “금리가 단기적으로 크게 하락하지 않는 한 충분한 자본을 갖추지 못한 임대주들이 자산 매각에 나설 것”이라며 “대출기관들이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문제로 건설일정이 지연된 아파트 건물 소유자들에게 대출상환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투자자들에게는 매수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