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병두 토스인사이트 대표는 13일 서울 용산구 사무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핀테크 기업과 인터넷전문은행(인터넷은행) 등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개혁이 필요하단 의견을 밝혔다. 손병두 대표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행정고시를 통해 기획재정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이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차관)과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을 거친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30년 넘게 공직에 몸담았던 손 대표는 지난해 11월 핀테크 기업인 토스로 자리를 옮기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손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 짙은 남색 후드티를 입고 나타났다. 사내에선 ‘대표님’이 아닌 ‘병두님’으로 불렸다. 그는 오랜 공직 경험을 바탕으로 핀테크 기업에서 규제와 혁신의 충돌 지점을 해소하는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들의 혁신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또 금융지주사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핀테크 기업들이 장기적인 지속 성장을 위해선 해외 진출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에 대해 손 대표는 “예금을 늘려도 대출 운용을 못 하는 한계와 중·저 신용대출 의무비율 등 혁신성을 저해하는 요인이 있다”며 “규제에 묶여 운신의 폭이 좁다”고 지적했다.
|
-핀테크 기업인 토스에 합류한 계기는.
△핀테크 태동기인 2014년 금융위원회에서 담당 국장이었던 인연으로 토스 관심을 뒀다. 당시 법 체계를 바꾸려고 노력을 많이 했고 핀테크의 역동성과 스피드에 매료된 측면이이 있었다. 이승건 토스 대표로부터 합류 제안을 받고 고민을 했지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많고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토스인사이트 대표로서 맡은 업무와 역할은.
-핀테크 기업들은 스케일업(규모 확대)을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스케일업을 하려면 지속 가능한 이익을 확보해야 한다. IT 스타트업은 처음에 고객층을 빨리 확보해 서비스 의존도를 높이는데 이후 수익 모델을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핀테크 지급결제 회사가 가맹점주의 기업활동 니즈를 충족시키는 솔루션을 병행·제공해 확실한 수익 모델로 자리 잡았듯 ‘B2B(기업 대 기업)’사업을 잘 착안해야 한다. 국내에선 대형 금융지주도 그룹의 비대면 서비스를 확충하고 있어 다윗과 골리앗처럼 어려운 싸움일 수 있다. 이 때문에 해외 진출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망분리 이슈 등 금융권 핀테크 규제에 대한 의견은.
△우리나라는 대륙법 체계로 금융서비스는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만 가능한 포지티브 규제 시스템이다. 금융선진국인 영국·미국·홍콩·싱가포르 등은 영미법으로 사후규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금지한 것만 하지 않으면 모두 가능하다.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또 규제가 오프라인·아날로그 시대에 맞춰져 있는데 지금은 온라인과 플랫폼 위주로 많이 바뀌어서 규제 체계를 손질할 필요성 있다.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도 예대 마진 중심의 기존 수익 모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인터넷은행 관련 규제의 문제점은.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비율이 30% 이상이다. 고도화한 신용 평가를 통해 시중은행보다 신용대출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지만 규제에 묶이면 운신의 폭이이 너무 좁아진다. 주담대는 부동산 담보라는 가격이 딱 떨어지는 대출이고 공장형 생산도 가능한데 신용대출은 가내수공업 개념이다. 대출자의 정황 등을 대면으로 파악해야 하는데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로 하라고 한다. 반면 시중은행은 공장형 주담대 위주로 성장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 아니란 생각이다. 제4인터넷은행은 지방 기업대출 등 지방 대출에 포커스를 맞춰 만들 것이다. 정부가 가진 인·허가권을 이용해 정책 목적을 구현하는 것엔 100% 동의하지만 혁신성을 저해하는 요인임은 분명하다.
-핀테크 기업이 규제를 넘어설 차별화 방안은.
△현재 트렌드는 빅데이터·AI를 통해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개인에게 맞는 서비스 제공은 데이터 기반인 핀테크가 잘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비대면으로 서비스를 하니 언어·문화적 측면을 뛰어넘어 해외에서 성공할 잠재력도 있다.
-토스 인사이트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금융산업의 미래를 찾는 나침반 역할을 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주고 싶다. 정책 건의를 많이 할 것이다. 규제와 혁신이 충돌하는 지점을 잘 해소해 규제 당국과 혁신 기업이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