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여전히 읽어야 할까”…AI 시대 ‘읽기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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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미디어학자 엥게만 저서
유튜브·팟캐스트가 바꾼 ‘플랫폼 구술성’ 시대
"스스로 읽고 판단하는 능력 더욱 중요"
  • 등록 2026-05-08 오후 6:11:51

    수정 2026-05-08 오후 6:11:51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왜 우리는 여전히 스스로 읽어야 할까.”

유튜브와 팟캐스트가 지식을 대신 설명해주고, AI가 인간보다 더 빠르게 텍스트를 읽고 요약하는 시대다. 책을 직접 읽기보다 누군가의 해설과 추천을 소비하는 일이 더 익숙해진 지금, ‘읽기’의 의미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독일의 미디어학자 크리스토프 엥게만은 신간 ‘읽기의 위기’에서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독서 감소가 아니라, 읽고 쓰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이라고 진단한다. 챗GPT와 대규모 언어 모델, 유튜브와 팟캐스트, 메신저와 소셜미디어가 만들어낸 ‘플랫폼 구술성’의 시대에 읽기와 쓰기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미디어 기술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책은 오늘날의 독서 환경을 둘러싼 역설에 주목한다. 독일에서는 독해력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 비율이 5년 만에 17%에서 25%로 늘었고, 도서 구매자 수는 10년 사이 3분의 1이 감소했다. 반면 메신저와 댓글, 리뷰, 게시물 등을 통해 생산되는 텍스트의 양은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수준으로 폭증했다. 저자는 이러한 환경이 바로 챗GPT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토대가 됐다고 설명한다.

저자가 주목하는 핵심 개념은 ‘플랫폼 구술성’이다. 과거에는 책과 텍스트가 지식 전달의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유튜브와 팟캐스트 같은 음성·영상 콘텐츠가 그 자리를 빠르게 대신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직접 책을 읽기보다 누군가의 해설과 요약을 듣는 방식으로 지식을 소비하고, 플랫폼은 이 음성과 대화를 다시 텍스트 데이터로 변환해 축적한다. 저자는 이를 “읽을 수는 있지만 스스로는 읽지 않는 시대”라고 설명한다.

책은 이 같은 현상을 ‘새로운 라틴어’의 등장이라고 설명한다. 중세 라틴어가 소수 지배층의 언어였다면, 오늘날의 텍스트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만 실제로는 소수만이 읽는 지식 체계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독서와 텍스트 작업은 새로운 전문가 집단에게 위임되고, 대중은 텍스트 기반의 구술 콘텐츠를 소비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오히려 AI가 읽고, 유튜버가 대신 읽어주는 시대일수록 스스로 읽고 판단하는 능력은 더욱 희소하고 중요한 역량이 된다”며 “대규모 언어 모델에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검증하는 힘 역시 결국 깊이 읽어본 경험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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