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년간 사실상의 주인 없는 회사로 공적자금만 11조4000억원을 쏟아부었다는 게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보는 첫째 이유지만, 일자리 창출이나 보유한 기술력 등 이 회사가 지닌 경제적·국가적 가치를 봤을 때 경영 정상화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과제다. 해결책이 없으니 ‘청산’ 시키고 말자는 무책임한 발언을 쉽게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우조선해양 경영 정상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는 것과 맞물려, 이제 시선은 공공기관인 ‘산업은행’으로 향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를 보유한 산업은행은 이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간 2003년 이후 22년째 최대주주다. 이러다보니 최대주주인 산은의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강석훈 회장 취임 이후 한 달 넘게 ‘부산 이전 문제’로 노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 양측의 대치상황은 현재까지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멈출 수 있는 명분이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부산이전 방침은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나온 공약사항이어서 산은 사측에서도 노조의 의견을 수용하기 쉽지 않아서다.
강 회장으로선 서둘러 이 문제를 봉합하고 임직원이 하나된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오히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부산이전 계획에 대한 질문에 “가능한 한 빨리 시행하겠다”고 말하면서 노사간 갈등의 골만 깊어진 상황이다. 취임 초 공언했던 소통위원회는 아직 가동조차 못했다.
문제는 산업은행이 당면한 과제가 한 두개가 아닌데, 부산 이전 문제로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조선해양뿐 아니라 쌍용자동차 매각 마무리, HMM 구조조정,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등 산업계 굵직한 현안이 모두 산업은행 손에 달려 있다. 더구나 부산 이전 문제는 국회에서 관련 법(산업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돼야만 가능하다. 당장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단 얘기다. 강 회장과 산업은행 노사가 시급한 당면과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부산 이전 문제는 잠시 미루는 게 맞다. 지금 책임 있는 누군가의 결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