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면 줄줄, '신통'만이 희망"…`용산의 슬럼` 서계동 절치부심[르포]

[신통기획 2차 후보지 공모]
서울역 인근 고층 빌딩과 고가 아파트 사이에 '달동네'
비만 오면 줄줄… 도시재생 발 묶여 열악한 주거 환경
정형화된 구역도 완성…주민 동의율 55%로 끌어올려
  • 등록 2022-10-04 오전 5:00:00

    수정 2022-10-04 오전 7:45:17

[이데일리 이성기 기자] ‘마지막 희망입니다.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후보지 선정이 최우선입니다.’

9월 마지막 금요일인 지난 30일. 서울 용산구 서계동 일대 곳곳에는 오세훈표 정비사업인 ‘신통기획’ 재개발을 위한 토지 소유자·입주자의 동의서 모집을 알리는 전단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신통기획이란 그간 지지부진했던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의 속도를 높여 빠른 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정책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약인 ‘스피드 주택 공급’의 핵심이다. 서울시는 이달 27일까지 2차 공모를 받는다. 자치구별 사전 검토와 후보지 추천을 거쳐 12월말 총 2만5000가구 규모의 최종 후보지를 선정할 방침이다.

서계동 33번지 일대 재개발 정비사업 재공모 구역계[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지난해 1차 공모 당시 한 차례 실패한 터라 재개발에 대한 열망은 더욱 뜨겁다. 서계동은 역세권이란 말이 무색하게 ‘용산구의 슬럼(도시 빈민가)’이라 불릴 정도로 대표적인 도심 낙후 지역이다. 서울역을 기준으로 동편으로는 서울스퀘어·KDB생명타워 등 고층 빌딩, 서편으로는 서울역 센트럴자이 등 고가의 아파트 단지 사이에 있어 더욱 대조를 이룬다.

역세권 무색…달동네 속 곳곳 폐가도

사실 낙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몸부림은 오래전 시작됐다. 2007년 뉴타운 후보지로 서계동 일대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2010년 끝내 무산됐다. 고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에는 ‘도시재생사업’에 발목이 잡혔다. 원형을 최대한 보전하면서 주거 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였지만 부족한 기반 시설과 열악한 주거 환경 개선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진 못 했다. 이곳에서 40년을 산 주민 김 모 씨는 “노후 주택과 도로 정비가 시급한 동네에 기념관을 짓고 공용시설을 만드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사업을 벌였다”고 했다. 실제로 ‘감나무집’ ‘빌라집’ ‘은행나무집’ 등 도시재생 거점 시설 운영은 시정 변화와 계약종료에 따라 올해 4월부터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 도입한 도시재생 거점 시설. 시정 환경 변화와 계약 종료에 따라 올해 4월부터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사진=이성기 기자)
구릉지역의 서계동은 주택가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좁은 골목과 비교적 넓은 골목이 번갈아 나오는 전형적인 달동네 모습이었다. 빈집이나 폐가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동안 옆으로는 무너져가는 집을 어떻게 해서든 고쳐 쓰려고 했던 수리의 흔적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올여름 역대급 폭우 속에 비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비닐과 노끈, 돌 등으로 수리한 지붕이 있는가 하면 갈라진 틈을 시멘트로 대충 바른 벽도 보였다. 언덕이 높고 가파른 데다 수리가 제대로 안 돼 무너져가는 집이나 폐가도 많아 밤낮 할 것 없이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 씨는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수리하기도 여의치 않고 경사가 가파르고 도로도 좁아 불이라도 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일부 주민은 물도 안 나오는 재래식 화장실과 상하수도 시설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곳에서 지내고 있는 형편이다.

주민은 신통기획을 통해 낙후한 서계동을 확 변모시키겠다며 이달 27일 마감인 신통기획 2차 공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서계동 통합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서계동은 침수 지역은 아니지만 반지하 주택이 많고 비만 오면 누수 발생률이 높다”며 “다세대 주택 등의 밀집지역으로 도로가 좁아 주차난 또한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차 공모 미선정 사유를 해소하기 위해 도로를 중심으로 통합구역계를 설정, 정형화한 구역도를 완성해 재정비 사업 추진이 가능하게 됐다”며 “현재 주민 동의율 55%를 확보했고 마감일 전까지 동의서 모집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광진·구로 등 1차 탈락지 재도전 준비 분주

서계동뿐 아니라 1차 때 탈락한 광진구 자양동, 구로구 개봉동·오류동 지역들도 재도전에 나섰다. 자양1·2구역이 통합한 자양4동은 탈락 사유로 꼽혔던 현금 청산자 비율을 4%대로 대폭 줄여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자양4동의 경우 지난해 1차 공모 당시 1구역과 2구역으로 나눠 신청했다가 탈락한 바 있다. 현금 청산자 비율이 높은 점 등이 미선정 사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1·2구역 각 추진위는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통합 공모에 나서기로 하고 통합 재개발 추진 준비위원회(통추위)를 구성했다.

서울시 용산구 서계동의 허름한 주택가. 전형적인 달동네 모습 속에 빈 집이나 폐가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사진=서계동 통합재개발 추진준비위)
이 지역은 성수전략정비구역 인근인 데다 한강변 입지라는 장점 때문에 재개발 가능성이 큰 곳으로 꼽힌다. 현재 주민 동의율은 60%를 넘어섰다.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후보지로 선정돼 사업을 추진하면 용적률 250% 적용 시 2500여 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통추위 측은 조합원을 약 1400여명으로 추정할 때 1000여 가구를 일반 분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봉동과 오류동 등 서울 서남권 지역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2차 공모에는 상습 침수지역과 반지하주택 밀집 지역 등에 처음으로 가점을 부여할 예정이어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류1동 4번지 일대는 최근 기록적인 폭우 때 하수관의 역류로 일부 집이 침수되는 등 수해를 입었다. 개봉6구역 역시 노후도가 75%인 데다 반지하 밀집 지역이 많은 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 오류1동 4번지 재개발 추진위 측은 “수해 지역 인센티브가 적용되기를 바라는 주민의 기대감이 크다”며 “2차 공모를 통해 노후된 지역이 쾌적한 주거 환경으로 변화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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