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재정준칙 논의는 말로만, 퍼주기에 더 열 올린 정치권

  • 등록 2023-05-18 오전 5:00:00

    수정 2023-05-18 오전 5:00:00

논의 시작 후 31개월 넘게 헛바퀴를 돈 재정준칙 도입이 또 공전 상태로 빠져들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5일부터 이틀간 연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재정 위기를 겪은 국가들을 벤치마킹하겠다며 외유 논란 속에서도 지난 4월 7박 9일간 유럽 출장을 강행한 5명의 여야 의원들도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한편 국회 교육위원회는 어제 전체 회의에서 ‘퍼주기’ 비판이 상당한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을 더불어민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두 상임위에서 벌어진 광경은 나라 살림의 현주소에 대한 정치권의 안일한 인식을 또렷이 보여준다 해도 틀리지 않는다. 국가 부채가 지난해 말 1067조 7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0조원을 넘어섰고, 지금도 1분마다 1억원 넘게 빚이 늘고 있지만 이들에겐 불안해하는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산업화의 꿀을 빤 86세대가 왜 미래세대를 착취하느냐”는 대학생 단체(신전대협)의 절규도 상관없는 이야기다. 재정 적자가 1분기에만 벌써 54조원에 이르고 연간 50조원대의 세수 펑크가 우려될 만큼 나라 곳간에 위기가 닥쳤어도 “알 바 아니다”는 식이다. 나랏돈은 함부로 써도 된다는 도덕적 해이와 위기불감증의 극치다.

재정준칙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진 1차 책임은 다수당인 민주당의 미온적 태도에 있다. 도입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시급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회적 경제기본법 등 다른 법과의 연계를 추진하며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나랏빚을 5년간 407조원 넘게 늘린 문재인 정부의 여당으로서 재정 건전성 악화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 취할 수 없는 태도다. 비판을 각오하면서도 건전 재정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고 적자 축소에 나선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노력에 힘을 합치는 것이 도리다.

퍼주기 포퓰리즘의 해악은 그리스와 중남미 국가들의 사례에서 우리도 수없이 보고 들었다. 과도한 무상 복지와 흥청망청 세금 뿌리기의 종착역은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재정 파탄, 그리고 망국의 수렁뿐이라는 걸 모르는 국민은 많지 않다. 정치권은 이제라도 위기불감증에서 깨어나 나라 살림의 고삐를 당기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 재정을 튼실히 하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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