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기차, 국내 투자 활성화에 ‘국가 경제’ 달렸다

  • 등록 2023-03-14 오전 5:00:00

    수정 2023-03-14 오전 5:00:00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현대자동차가 10년 만에 생산직 인력 모집에 나선 게 화제가 되고 있다. 채용 홈페이지가 마비되고, 7급 공무원이 지원했다는 얘기도 들릴 정도다. 이는 그만큼 자동차 생산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다만 앞으로도 자동차산업이 이러한 고급 일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자동차 산업이 엄청난 구조 전환기에 직면하면서 이러한 반문은 더 크게 다가온다.

국내 자동차 생산은 2011년 467만대를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코로나 19가 터지지 직전인 2019년에 395만대로 70만대 이상 줄어들었다. 주요 자동차업체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새로운 생산공장을 건설하지 않고 가동시간은 단축된 데 기인한 탓이다. 기업들은 기존 생산시설을 통해 국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해오고 있지만 새롭게 비용을 투자해 국내 생산을 확대하는 것에는 소극적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기자동차 시대가 예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전체 판매 차량 중 13%가 전기차였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자동차생산 중 전기차 비중이 11%에 근접했고 수출에서는 12%에 달한다. 자동차산업이 전기차로 전환됨에 따라 새로운 투자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자동차 생산의 60%를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생산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수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수출은 단순히 생산 경쟁력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국내 생산비용뿐 아니라 수송비용, 관세 및 비관세 장벽, 해외 생산에 의해 주어지는 혜택 등이 모두 고려돼야 국내 투자 및 생산, 수출이 가능해진다.

전기차 투자가 중요한 것은 단순히 완성차 업체의 일자리 문제만이 아니다. 자동차 생산에는 수 많은 부품들과 관련 산업이 존재한다.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으로 분류된 부문만 따져도 전체 제조업 생산 및 부가가치, 고용에서 각각 12.7%, 9.9%, 11.5%를 차지하고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1%에 달한다.

이밖에도 자동차 소재·부품으로 사용되는 철강, 금속 주물, 금속가공, 플라스틱, 고무, 유리, 각종 전기·전자장치 등 자동차 산업으로 분류되지 않는 부문까지 고려하면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국내에서 자동차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들 산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또한 자동차 산업은 생산기반이 전국적으로 고루 분포돼 있어 지역 경제와도 영향을 미친다.

전기차 생산 및 국내 투자는 국가 미래 산업에도 중요하다. 전기차 생산 투자는 스마트제조 설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내 스마트제조 설비산업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이에 자동차부품의 국내 생산에 따른 부품업체의 제조 설비 투자로 스마트제조 설비 전반의 육성도 도모할 수 있다.

또한 전기차는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인 배터리(이차전지) 핵심부품이다. 국내 전기차생산이 위축된다면 이차전지의 국내 생산도 위축될 수 있다. 자동차의 스마트화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수요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전기차의 국내 생산이 위축되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의 국내 수요 기반도 위축될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자국내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제조업 회귀를 위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우리 정부도 유턴 지원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미미하다. 특히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은 대부분 해외 수요를 겨냥한 것이어서 한번 해외로 나가 대규모 투자를 하면 다시 국내로 돌아오기 힘든 구조다.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로 빠르게 전환하는 상황에서 국내 투자를 실기하면 앞으로 국내 자동차산업 육성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국가전략기술에 전기차를 포함하는 등 정부의 빠른 정책적 판단과 투자활성화 지원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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