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탄소배출 줄이는 혼소발전 연구…화력발전, 수명 연장 꿈꾼다

[대전 한전 전력연구원·평택 서부발전 복합발전소]
기존 연료에 수소·암모니아 섞어 연소
비용 더 들지만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
한전, 혼합 비중 높이기 위해 '구슬땀'
서부발전은 발전소 실증 작업에 착수
  • 등록 2022-09-28 오전 5:00:01

    수정 2022-09-28 오전 5:00:01

[대전=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평택=강신우 기자] “기존 석탄화력발전소에 석탄 대신 암모니아·수소를 20% 섞어 태우면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0% 줄어듭니다. 비용은 기존보다 약 30% 더 들지만 어차피 발전소 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하고 다른 탄소 저감 비용보다는 낮아 경쟁력이 있습니다.”(김영주 한국전력(015760)(한전) 미래기술전략팀장)

대전 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석탄화력 암모니아 연소시험동에서 실증 중인 암모니아 혼소 석탄화력발전 설비 모습. 검은 색 보일러에서 900℃로 미분탄 95%, 암모니아 5%로 이뤄진 연료를 태워 발생한 수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사진=한전 전력연구원)
지난 21일 대전의 한전 전력연구원의 석탄화력 암모니아 연소시험동에서는 5층 건물 크기의 화력발전 보일러가 시험 가동하고 있었다. 900도(℃) 이상의 고열로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기압의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드는 건 여느 화력발전소와 같다. 그러나 석탄(미분탄)은 평소의 95%만 넣고 나머지 5%는 암모니아를 섞었다. 이른바 혼소(混燒) 발전이다.

올 8월부터 시험 가동을 시작한 이곳은 환경설비를 갖추는 내년부터 암모니아 비중을 20%까지 높여 시험에 나선다. 목표는 2030년까지 5개 발전 공기업(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이 운영하는 43개 석탄화력발전소 중 7기 이상에 암모니아 20% 혼소 발전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가스를 태워 전력을 만드는 가스화력발전 역시 2035년까지 30% 이상의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시작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론 2040년 이후 100% 수소 발전 전환 가능성도 타진한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경기 평택 한국서부발전 평택2복합화력발전소 전경. 이곳 1복합화력발전소에선 기존 천연가스에 수소를 섞어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혼소 발전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탄소중립 위기 내몰린 화력발전, 수소·암모니아로 활로 모색

석탄화력발전은 지난해 국내 전체 전력생산의 34.3%를 도맡고 있는 한국 경제의 일등공신이지만 2050년 탄소중립 목표로 사실상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탄소를 배출하는 치명적 단점 때문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세계 주요 7개국(G7)은 2035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완전 폐쇄키로 했다. 한국 역시 탄소중립 일정대로면 비슷한 시점에 폐쇄를 검토해야 한다. 국내 발전 비중 29.2%의 가스화력발전도 상황이 크게 다르진 않다. 석탄보다 탄소 배출량이 절반가량 낮아 시간적 여유는 더 있다지만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원자력발전소 등 무탄소 발전원이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전과 5개 발전 공기업도 ‘시한부 판정’을 받은 채 손 놓은 건 아니다.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이 현 시점에서 가장 현실적인 탄소 저감 방법으로 보고 지난해부터 관련 채비에 나섰다. 정부 역시 이 계획에 따라 지난해 10월 정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안에 2030년까지 22.1테라와트시(TWh)의 전력(국내 비중 3.6%)을 암모니아를 활용한 무탄소 발전원으로 만들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도 이를 계승해 지난달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이를 포함했다. 2030년 목표치(13.9TWh·2.3%)는 낮췄으나 암모니아 외에 수소를 포함했다. 한전과 발전사는 이 같은 계획에 따라 한전 전력연구원에서 최근 본격적으로 관련 실증을 시작했다.

한국서부발전은 아예 폐지된 평택1복합발전소 설비를 이용해 관련 실증을 시작했다. 1980년 가동을 시작한 이곳은 원래 석탄화력발전소로 출발했으나 2014년 가스화력발전으로 전환한 데 이어 이번에 또다시 ‘세대교체’를 추진하게 됐다. 실증 목표는 2025년까지 수소·암모니아 혼소 비중을 50%지 높이는 것이다. 계획대로 되면 약간의 설비 추가만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보다 약 21%, 연간 약 80만t 줄일 수 있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현재 최대 55%의 수소·암모니아 혼소발전 실증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2025년까지 70% 이상의 수소 혼합 연소 실증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석탄·가스화력발전소의 수소·암모니아 혼소 발전 추진 계획. (표=한국전력 전력연구원)
수소·암모니아 공급 채비도…”수소 생태계 조성에도 기여“

산업부와 에너지 공기업은 수소·암모니아 대량공급 체계 구축에도 나섰다. 현재도 수소·암모니아가 산업용 등으로 일부 물량을 공급 중이지만, 기존 석탄·가스 연료의 상당 부분을 수소·암모니아로 대체하려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대량 공급체계가 필요하다.

필요한 수소·암모니아의 상당 부분을 호주 등 신·재생에너지 강국으로부터 수입해오는 게 기본적인 밑그림이다. 풍력·태양광 등 해외 대규모 신·재생 발전설비 생산 전력으로 물을 분해해 만든 그린 수소를 만들면, 전용 수송 선박으로 들여와 한국석유공사나 한국가스공사(036460) 등 시설에 저장했다가 필요한 곳에 공급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저장·보관이 쉬운 암모니아로 변환해 가져온 후 이를 직접 쓰거나 수소로 다시 변환해 사용한다.

에너지 공기업 석유·가스공사가 평택항에 수소·암모니아 인수설비 인프라를 개발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수소·암모니아는 이곳으로 들여오면 화력발전소가 집중한 충청 지역 접근성이 좋아진다. 가스공사는 2026년까지 기존 천연가스 공급 배관에 수소를 20% 섞어 공급하는 방법을 실증할 계획이다.

전력연구원은 그 밖에도 수백가지에 이르는 수소(암모니아) 생산·변환·운송·저장방식을 연구 중이다. 그린 수소가 대량 공급 체계가 갖춰지기 전까진 국내외 화학공장 등에서 나오는 부생수소나 천연가스에서 추출한 개질수소(이상 그레이수소)를 활용한다는 로드맵이다. 무탄소 전원인 원전 생산 전력을 이용한 핑크 수소 생산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산업부와 한전은 이 같은 노력이 발전 외 국내 수소 생태계를 만드는 데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발전 부문 때문에 국내에 대량의 수소·암모니아 공급 체계가 갖춰지면 다른 부문에서의 수소 공급도 더 원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보급이 늘어나고 있는 현대차 넥쏘 등 수소전기차에도 수소 연료가 필요하다. 산업체·건물 등에서의 연료전지 발전 설비 역시 수소를 연료로 한다. 국내 조선사도 충분한 수요가 있어야 수소·암모니아 전용 수송선을 개발할 수 있다.

이종민 전력연구원 무탄소발전연구실장은 ”380메가와트(㎿) 규모 발전 설비를 돌리려면 수소전기차 16만대에 필요한 만큼의 수소가 필요하다“며 ”발전 부문이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한다면 자연스레 국내 수소 생태계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경기 평택 한국서부발전의 평택2복합발전소 가스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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