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직권조사 및 현장조사·금융거래정보 결재 현황’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진행한 직권조사 51건 모두 위원장 또는 부위원장이 결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사무처가 위원장의 재가를 받아 기업 조사에 착수하는 현재의 조직 구조로는 공정위의 신뢰도를 제고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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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심의· 의결을 위해 총 9명의 공정위원(위원장, 부위원장, 상임위원,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 △조사공무원이 사건을 조사하는 사무처로 분리돼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장을 정점에 두고, 1급 공무원을 사무처장에 앉히는 직제로 인해 사실상 사무처가 위원회에 종속된 구조다. 이처럼 조사와 심의 조직을 한 몸통에 두면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는 데다, 권력자가 공정위 업무에 개입해 원하는 결론을 얻을 수 있어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해외 주요국의 경쟁당국들은 조사와 심판 기능을 엄격하게 분리해 각각의 독립성을 보장해주고 있으며, 피심인인 기업들의 방어권 보장을 위한 보완장치도 마련해 놓고 있다. 영국의 경쟁당국인 경쟁시장청(CMA)은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산하의 정부기관이지만, 독립적으로 소관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심판 기능은 우리나라 공정위와 달리 별도의 ‘경쟁항소법원’에서 맡고 있다.
일본도 심판 기능을 분리하고 있다. 일본의 공정취인위원회(JFTC)는 조직 면에서 한국의 공정위와 유사하지만, 심판과 범칙수사를 위한 별도 조직 ‘특별심사장’을 뒀다. 하지만 일본은 이후 2013년 독점금지법을 개정해 2015년4월부터는 심판기능을 아예 법원으로 이관하면서 JFTC의 준사법기관 기능은 사실상 사라졌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도 경쟁당국의 심판 기능을 완전 분리해 심의의 독립성을 보장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공정위는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하면서 법원의 역할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국, 캐나다, 일본(2013년 법개정 이전) 등은 심판 기능을 ‘특별법원’과 같은 전문 기관에 맡겼는데, 해외 경쟁당국처럼 조사와 심판 기능 분리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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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최근 ‘조직 선진화 추진단’을 꾸리고 조사와 심의 기능의 분리에 대한 개선 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기정 신임 위원장도 조사와 심의 기능을 분리해 심의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정위가 심판 기능과 사무처 기능의 분리를 위해 꾸준히 제도개혁을 해왔다”며 “지속적으로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임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미국 FTC는 대부분의 사건을 동의의결 명령으로 종결한다. 정식절차를 거쳐 처리하는 사건이 연간 10건도 안 된다. 우리나라는 2011년 동의의결을 도입했지만, 현재까지 기업의 동의의결 신청을 받아들여 절차를 개시한 경우는 10건 뿐이다. 동의의결이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부정적 여론과 피심인 역시 동의의결 신청을 거의 하지 않아 겨우 1년에 1번 꼴로 동의의결을 활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