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립대 간 기업식 인수·합병이 어려운 이유

학교법인 재산, 설립 당시 국고 귀속
사립대학 매매·인수 현행법상 불가능
이사진 개편 후 경영권 확보가 방법
교육부 “대학 통폐합 활성화 검토”
  • 등록 2022-05-17 오전 3:58:42

    수정 2022-05-17 오전 3:58:42

학교법인 중앙대학교는 2011년 학교법인 적십자학원과 합병 후 2012년 3월부터 적십자간호대학과 통합한 간호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중앙대 간호대학 건물(사진=중앙대)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우리나라 사립대는 현행법상 기업식 인수합병이 불가능하다. 사립학교법(제28조의 2)이 ‘학교법인 재산을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다만 대학 간 합의에 기초를 둔 통폐합은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사립대 중 경영사정이 어려운 대학이 속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학교육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대입정원(47만2496명)을 유지할 경우 대학·전문대학 미충원 결원은 지난해 4만 명에서 2024년 8만 명으로 2배 늘어난다. 2040년이면 대학입학자원이 28만 명으로 급감, 수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만 생존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런 이유로 대학 간에도 인수·합병(M&A)을 확대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하지만 현행법상 학교법인의 재산(대학)은 설립 당시 국고로 귀속되기에 기업식 인수·합병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아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행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학교법인 간 합의를 토대로 이사회를 개편, 경영권을 넘겨받는 방법이다. 이는 이사장·설립자가 경영권 이전을 원할 때 가능하다. 대학이 새로운 재단(학교법인)을 영입하는 형태로 경영권이 이전되는 경우다. 대학가에서 유명한 사례로는 삼성그룹의 성균관대 인수나 두산그룹의 중앙대 인수가 있다. 성균관대는 1991년까지 봉명그룹이 운영하다 주력 사업이 부도를 맞으면서 1996년 삼성그룹을 새 재단으로 영입했다. 중앙대 역시 학교법인 수림재단이 재정난을 겪으면서 2008년 두산그룹에 인수됐다.

현행법상 위법에 해당하는 사례는 대학을 인수하는 쪽에서 이사진 교체를 위해 이사장이나 이사들에게 사례금을 제공할 때 발생한다. 대학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개편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경우 위법 소지가 발생하는 셈이다. 현행 사립학교법상 이에 대한 근거가 없어서다.

다만 2014년에는 대법원이 대학 이사장에게 지급한 사례금을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당시 대법원은 “학교법인 운영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추상적 위험만으로 양도대금 수수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판시했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라 대학 간 인수·합병을 폭넓게 허용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교육부도 관련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대학 간 통폐합은 국립대나 동일 사학법인 내 대학통합이 대부분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대학 통합은 총 30건으로 이 중 타 사학법인 간 통합이나 합병은 4건에 불과하다. 사립학교법(제34조의 3)에 따라 학교법인 간 합병은 이사 정수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도 한몫하고 있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교육부도 대학 구조조정 차원에서 대학 통폐합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학교법인 간 합병 현황(자료: 교육부, 그래픽=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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