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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10만전자'의 조건

  • 등록 2022-05-03 오전 4:05:06

    수정 2022-05-03 오전 4:05:06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마다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10만전자(삼성전자 주가 10만원대를 일컫는 말)’를 기대하며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가 500만명이 넘다 보니 주가 전망은 국민적 관심사가 된 듯하다. 그러나 관심만으로 주가가 오르진 않는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10만원은 커녕 5만대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주가 하락이 삼성전자만 겪고 있는 문제는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통화정책을 긴축으로 선회하자 증시로 유입되는 유동성이 축소됐다. 여기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글로벌 공급난을 가중시킨 점도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특히 금리에 민감한 기술기업들의 주가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올해 들어 2일 현재까지 삼성전자 주가는 14.38% 하락해 코스피(-10.08%)보다 많이 떨어졌다. 심지어 삼성전자가 역대급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지난달 28일에도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주가가 기업의 미래 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삼성전자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는 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사실 긴축 이슈가 떠오르기 전부터도 삼성전자의 미래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됐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1위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세계 1등에 오르겠다는 이른바 ‘비전 2030’을 발표한 지 3년이 됐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 점유율은 2019년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은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가 오히려 커졌다. 이런 가운데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한 인텔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은 이러한 위기감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비전 2030이 속도를 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는 2017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사법 리스크에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미국 테일러시에 170억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기로 한 것 외에는 눈에 띄는 투자를 단행하지 못했다.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활발해진 상황에서도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삼성전자의 대형 M&A는 멈췄다.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으로 풀려났고, 오는 7월 형기를 마친다. 그러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향후 5년간 취업 제한을 받기 때문에 경영 활동에는 여전히 제약이 따른다. 이 부회장의 사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한국 경제가 ‘퍼펙트 스톰’을 앞둔 위기 상황이란 점도 이 부회장의 사면 필요성을 높인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기업이고,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가 가장 잘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혜와 용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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