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화려한 봄날, 환희 가득 빛나는 소리의 향연

-심사위원 리뷰
'2022 통영국제음악제-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Ⅲ'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소프라노 박혜상 한 무대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다채로운 음향 집중력 높여
  • 등록 2022-05-19 오전 5:45:00

    수정 2022-05-19 오후 10:57:07

[이나리메 작곡가·음악감독] 지난달 3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2022 통영국제음악제’ 마지막 공연이 열렸다. 서울시향의 수석 객원지휘자를 역임한 마르쿠스 슈텐츠와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함께 한 무대였다.

지난 4월 3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2 통영국제음악제-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Ⅲ’의 한 장면. (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첫 곡으로 앤드루 노먼의 교향곡 ‘풀려나다’를 연주했다. 초반 관악기와 타악기의 강렬하고 화려한 사운드와 속도감 있는 패시지(passage, 곡의 주요부를 이어 나가는 경과구)가 청중의 감각을 깨웠다. 중간에 목관악기와 현악기가 주가 되는 늘어지는 부분에서는 폭발적인 사운드로 고요를 깨뜨리고 다시 늘어뜨렸다 깨뜨림을 반복하며 텐션을 놓지 않았다.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끌고 나가는 세련되고 도시적인 음악적 내러티브가 매력적이었다. 작품 제목처럼 팬데믹으로 방 안에 갇혀 있던 몸과 마음이 소리를 통과하며 벽을 뚫고 풀려나갔다.

이어 소프라노 박혜상이 무대에 올랐다. 전날까지 통영국제음악제에서 활약했던 소프라노 율리야 네즈네바의 컨디션이 안 좋아지면서 공연 전날 바뀐 캐스팅이었다. 퍼셀, 모차르트의 아리아에 이어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 성사의 계기가 된 대표곡 로시니의 ‘방금 들린 그 목소리’는 이전에 연주 예정이었던 모차르트의 아리아와 결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초견에 가까운 오케스트라와 앙상블이었지만, 슈텐츠의 노련함과 단원들의 집중력으로 어려운 순간을 절묘하게 넘겼다. 박혜상은 탄력 있고 변화무쌍한 소리와 매혹적인 연기력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공연의 대미는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이 장식했다. 알렉산더 리브라이히가 예술감독을 하던 시절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을 벤치마킹해 창단한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이제 축제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한창 고무된 분위기 속에서 브루크너의 길고 꽉 찬 교향곡 연주를 시작했다. 슈텐츠는 청중의 귀를 단 1초도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도록 집중력 있는 연주를 들려줬다. 비슷한 동기와 주제들이 수수께끼처럼 얽혀 환상적이며 다채로운 음향이 계속 펼쳐졌다. 마지막 4악장에서는 완급 조절을 하며 마치 브루크너의 말년 성취를 음악으로 표현한 듯 환희에 가득 찬 빛나는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지난 4월 3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2022 통영국제음악제-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 Ⅲ’의 한 장면. (사진=통영국제음악재단)
올해 ‘2022 통영국제음악제’는 작곡가 진은숙이 예술감독을 맡은 첫 해였다. 가장 큰 변화는 한국의 재능 있는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음악제를 통해 소개하는 일이었다. 또한 특정 음악 사조의 레퍼토리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 있는 작품을 선보였다. 전통음악의 새로운 경향 소개, 독특한 편성과 스타일을 가진 팀들의 참여와 클래식 음악영화 상영 등으로 ‘다양성 속의 비전’이라는 주제에 충실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음악제는 초창기 벚꽃 시즌이 지난 이후로 개최 시기를 정해 새로운 방문객의 수요를 창출했다. 올해는 꽃이 피는 계절과 맞물리면서 만개한 벚꽃과 바다의 풍광이 축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잔향 계산과 설계에만 1년이 넘는 시간을 보낸 슈박스(직사각형의 공연장) 형태의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또한 연주자와 관객이 더욱 몰입하고 그 공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데 한몫을 했다.

통영은 이제 국제적인 음악도시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부침 속에서도 오랜 시간 공을 들인 통영국제음악제 또한 잘 성장한 성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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