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인 도움 못 받은 뺑소니범…대법 "다시 심리하라"

소명자료 제출 없었다며 변호인 없이 심리 진행
1·2심, 징역 6월·집행유예 1년 선고
대법 "빈곤 상태 소명 자료 제출됐다…방어권 보장해야"
  • 등록 2022-10-05 오전 6:00:00

    수정 2022-10-05 오전 6:00:00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했다면 방어권 행사에 영향을 미쳤으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이데일리DB)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한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경기 평택시 교차로에서 이륜자동차를 몰고 직진하던 중 맞은편에서 좌회전 중이던 피해자의 차량 앞범퍼 부분을 들이받았다. 피해자는 전치 2주 가량의 상해를 입었지만, A씨는 사고 현장에서 허위 전화번호를 피해자에게 알려주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1·2심은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교통사고를 발생시켰음에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했는바,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A씨가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지 못한 점을 지적한 것.

A씨는 2심에서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하고 피고인만 출석한 상태에서 심리를 진행했다. 법원은 A씨가 청구 당시 소명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A씨가 1심에서 ‘급여로 월 200만원씩을 받고 있는데, 채권압류 및 추심 명령으로 은행 계좌 출금이 제한됐고, 배우자와 자녀가 함께 거주하고 있는 주거지 내 유체동산이 압류된 상태’인 것을 소명하는 자료를 제출한 것에 비춰 빈곤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 피고인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며 “피고인이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그 사유에 관한 소명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기록에 의해 사유가 인정될 때에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의 국선변호인 선정청구는 기록상 피고인이 빈곤으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다는 점에 관한 소명이 있다고 인정되므로, 원심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선변호인 선정결정을 해 공판심리에 참여하도록 해야 했다”며 “원심은 국선변호인 선정에 관한 형사소송법 규정을 위반해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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