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도박 중독 양산하는 카지노 정책

  • 등록 2023-02-01 오전 6:00:00

    수정 2023-02-01 오전 6:00:00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게임을 하려고 한시간 동안 돌아다녔는데 빈자리가 없네요”

카지노를 처음 방문했다는 안모 씨는 놀란 눈빛이었다. 그의 말처럼 업장 안은 소위 ‘한탕’에 빠진 손님들로 가득차 있었다. 인기가 많은 슬롯머신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간혹 자리가 비어 있어 앉으려는 시늉만해도 “지금 게임중이잖아요”라며 매서운 눈초리로 째려보기까지 했다. 소위 ‘알박기’를 한 자리였다. 서울에서 왔다는 직장인 최모 씨는 “하루 동안 100만원을 잃었다””며 푸념하면서도 “내일은 오늘보다 운이 좋을 거”라며 금세 눈빛이 돌변했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자들로 가득 찬 ‘딴 세상’이 바로 여기였다.

코로나19 범유행 이전 취재차 들린 강원랜드 카지노 업장에서의 기억이다. 기자의 눈에는 이곳은 거대한 도박장처럼 보였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디즈니+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의 장면들이 자연스레 당시의 기억과 겹쳤다. “지면 죽고 이기면 사는거야”라는 ‘카지노’ 포스터 카피 문구처럼 일확천금을 꿈꾸는 자들의 세상이었다.

그나마 지난 2년은 달랐다. 카지노 업장은 문을 연 날보다 닫은 날이 훨씬 많았다. 길었던 코로나19 범유행 때문이었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강원랜드도 정상적인 모습을 되찾고 있다. 정상화는 곧장 실적 회복으로 이어졌다. 강원랜드의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약 4600억원. 지난해 2639억원 대비 두 배가량 뛸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제한됐던 입장 인원·운영 시간 등이 정상 운영되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부터는 실내 마스크 의무 착용도 해제되면서 코로나19 이전과 이제는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다. 그러면서 카지노에서 돈을 좇는 ‘중독’의 빨간불도 다시 켜졌다. 드라마 ‘카지노’처럼 한탕의 유혹에 빠져 전 재산을 탕진하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물론 도박중독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도박중독예방을 위해 강원랜드에 전 세계에서 유일한 제도를 도입했다. 매출총량제과 게임테이블·슬롯머신 설치 제한이다. 문제는 이 규제가 오히려 도박중독을 더 야기한다는 점이다. 강원랜드 카지노에는 게임테이블 200대(VIP포함), 슬롯머신 1360대가 있다. 최대 수용규모는 2850명 정도다. 하지만 강원랜드 카지노 이용고객은 평소 7500명 수준. 주말과 연휴에는 1만 명이 넘는다. 그야말로 카지노 영업장은 난장판으로 변한다. 한 좌석에서 장시간 베팅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자연스레 게임 몰입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을 스스로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강원랜드도 부랴부랴 중독 방지책을 내놓았다. 좌석매매금지, 사이드 베팅, 좌석 예약제, 시간 총량제(휴식시간 2시간), ARS 사전예약제 등등. 전세계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희귀한 규정까지 만들었다. 여기에 ‘가족 제한 사전등록제’란 정책도 새로 꺼냈다. 도박에 빠진 가족의 카지노 출입 제한을 가족 구성원이 신청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문 상담가를 통해 본인 스스로 월 출입일수를 현행(15일)보다 축소 설정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했다.

문제는 이런 대책들은 도박중독 예방에 큰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수요와 공급을 외면하는 규제는 합법을 위축시키고 불법을 조장한다. 여기에 더해 도박 중독 효과도 가중한다. 환경적, 구조적으로 게임 몰입도를 낮출 수 있는 정책으로의 변화가 시급하지만 오히려 잘못된 규제로 사회적 부작용을 더 키우고 있다. 카지노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도박중독 근절은 정부 당국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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