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닷컴 버블보다 심각"…다우, 1100P 녹아내렸다

인플레 공포에 미 증시 2년래 최대 낙폭
타깃·로우스 등 주요 유통업체 어닝쇼크
파월 "경제 강해" 자신에도…시장 '공포'
대다수 기업들 "추후 침체 못피해" 우려
100달러대 유가에 휘발윳값 역대 최고
  • 등록 2022-05-19 오전 6:00:58

    수정 2022-05-19 오전 6:00:58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뉴욕 증시가 녹아내렸다. 미국 대형 유통업체들이 인플레이션에 따른 비용 부담 탓에 잇따라 ‘어닝 쇼크’를 보이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이번 약세장이 닷컴 버블 때보다 심각할 수 있다는 공포까지 번지는 상태다.

(사진=AFP 제공)


다우, 1200P 가까이 녹아내렸다

18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3.57% 급락한 3만1490.07에 마감했다. 하루 만에 1164.52포인트 빠진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6월 이후 거의 2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04% 내린 3923.68에 마감했다. 단박에 4000선을 밑돌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73% 빠진 1만1418.15에 장을 마쳤다. 이외에 중소형주 위주의 러셀 2000 지수는 3.56% 내린 1774.85를 기록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 지수(VIX)는 18.62% 치솟은 30.96을 나타냈다.

뉴욕 증시는 장 초반부터 흔들렸다. 개장 전부터 대형 유통업체 타깃이 저조한 실적을 공개하면서다. 타깃은 올해 1분기 2.19달러의 주당순이익을 올리며 월가 예상치(3.07달러)를 밑돌았다. 브라이언 코넬 타깃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 이후 “비정상적으로 비용이 높아져 이익 목표치에 미달했다”고 말했다. 타깃 주가는 하루 만에 24.93% 폭락했다.

주택수리·가정용품 유통업체 로우스의 경우 주당순이익은 3.51달러로 예상치(3.22달러)를 상회했다. 다만 236억 6000만달러의 매출액이 월가 전망(237억 6000만달러)을 하회했고, 이날 주가는 5.15% 하락했다.

타깃과 로우스의 실적 부진은 전날 월마트의 어닝 쇼크에 이어 나타난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 일상에서 현실화하고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크레셋 캐피털의 잭 애블린 창업자는 “많은 재량소득(discretionary income·개인소득 중 소비과 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이 (가격이 올라서) 식료품과 에너지로 흘러 들어갔기 때문에 가계에 의존하는 회사들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마트 주가는 이날 역시 6.79% 내렸다. 이외에 아마존(-7.16%), 베스트바이(-10.51%), 달러제너럴(-11.11%), 달러트리(-14.42%), 메이시스(-10.70%), 콜(-10.89%) 등 주요 유통업체들의 주가는 대부분 두자릿수 이상 폭락했다. 애플(-5.64%), 마이크로소프트(-4.55%), 알파벳(구글 모회사·-3.69%), 테슬라(-6.80%), 메타(페이스북 모회사·-5.12%), 엔비디아(-6.82%) 등 시가총액 규모가 큰 빅테크주들 역시 낙폭이 컸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잡기 보다 경기 침체를 낳을 수 있다는 공포에서 비롯됐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 행사에서 “미국 경제는 강하다”며 “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버틸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지만, 시장 상황은 녹록지 않은 셈이다.

“닷컴 버블 때보다 더 심각하다”

비영리 경제조사기관 컨퍼런스보드가 이날 내놓은 설문조사는 기업들의 어려운 사정을 보여줬다. 올해 2분기 CEO 신뢰지수(Measure of CEO Confidence)는 1분기(57) 대비 15포인트 급락한 42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치다.

설문에 참여한 CEO 중 “인플레이션이 수년 내 점차 잦아들겠지만 가벼운 침체는 올 것”이라고 답한 이는 절반이 넘는 57%였다. 스태그플레이션과 경기 경착륙(하드랜딩)을 점치는 이는 각각 20%, 11%였다. CEO 10명 중 9명은 그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 경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것이다. 경기 연착륙(소프트랜딩)을 예상하는 CEO는 12%에 불과했다.

로저 퍼거슨 비즈니스 카운슬 부회장은 “이번 조사는 너무 높은 인플레이션과 인플레이션을 따라잡지 못하는 임금 상승 등이 만들어낸 매우 도전적인 환경을 보여준다”며 “경기 둔화와 확실하게 일치한다”고 말했다.

월가의 투자 전설이자 헤지펀드 GMO 창업자인 제레미 그랜섬은 이날 CNBC에 나와 “현재 약세는 2000년 당시 기술 거품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CEO는 “우리가 어느 시점에 경기 침체를 겪거나 매우 느리고 부진한 성장세를 보일 수 있는 게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국채금리는 장 초반 인플레이션 우려에 상승했다가, 장중 하락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시장 공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인 국채 쪽으로 자금이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873%까지 내렸다.

인플레이션 공포는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영국 통계청(ONS)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 뛰었다. 1982년 이후 최고치다. 이에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100 지수는 1.07% 빠진 7438.09에 마감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30 지수는 1.26%,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 지수는 1.20% 각각 내렸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 Stoxx 50 지수는 1.36% 떨어진 3690.74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2.5% 하락한 배럴당 109.5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가 이날 하락하기는 했지만,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초고유가가 장기화하면서 가계 부담은 커지고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미국 전역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갤런당 4.567달러로 나타났다. 역대 최고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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