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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5층’ 갈 성장주 나올 것…“펀더멘탈 제대로 봐야”
최근 서울 중구 대신증권 본사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박 전무는 최근 3년 동안 시장에 ‘묻지마 투자’ 경향이 강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시장에 유동성이 대거 공급됐던 시기, 펀더멘탈을 보지 않고 성장 테마라는 이유만으로 투자하는 기조가 지속됐다는 것. 그러나 코로나 엔데믹이 찾아들면서 금리가 뛰고 시장 유동성이 마르자 성장주에 위기가 오고 있다.
박 전무는 “지난 2000년대 초반에도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IT버블이 꺼지기 시작했다. 당시 성장주들이 바닥도 모자라 지하까지 내려갔다”며 “현재도 그 때와 유사한 위기가 올 수 있으니 보수적으로 봐야 한다. 지금이 바닥이 아닐 수 있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박 전무는 향후 증시 문턱을 넘으려는 성장주들도 실적을 면밀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시장 이목을 끌었던 메타버스와 플랫폼, 2차전지 등 모든 성장주가 실적 중심으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IPO 명가 대신증권, 비결은 소통과 진심…“상장철회 없으려면 주관사의 절박함이 있어야”
대부분의 증권사 IB 수장은 발행시장만 경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 전무는 발행과 유통 양 사이드를 모두 경험한 전문가다. 지난 1999년 대신증권 입사 이후 지점 등을 거치며 7년간 유통시장 경험을 쌓았다. 시장에 큰 충격을 안겼던 서프브라임 모기지사태 등의 금융위기를 시장 최전선에서 투자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보냈다. IB솔루션 부장, IB2 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7년부터는 IB부문장을 맡아 총괄하고 있다.
박 전무는 “IPO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관사와 발행사, 투자자 3자간 소통”이라고 강조했다. 주관사가 시장의 흐름과 투심을 제대로 파악해 전달하고 조율하는 것이 IPO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이다.
박 전무는 “이렇게 변동성이 커진 시기에는 시장 눈높이를 제대로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풍부한 유동성을 타고 조 단위 딜이 잇따라 성사됐던 지난해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대신증권은 유력 IPO 주관 실적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에만 카카오페이와 엔켐, 샘씨엔에스, 제주맥주 등 주요 기업들의 상장을 잇달아 주관했다. 대신증권이 IPO에서 매번 성공적인 트랙레코드를 쌓아올 수 있었던 비결은 ‘간절함과 절박함’으로 요약할 수 있다. 기업이 IPO 추진 과정에서 겪는 문제와 고민 앞에 늘 진정성 있는 답을 해왔다. 박 전무는 “한번 잃은 신뢰는 회복하기 어렵다”며 “직원들에게 고객사의 입장을 자신의 입장처럼 간절하고 절박하게 생각한 끝에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간절한 솔루션이 상장 주관에서 빛났던 대표적 사례가 지난 2019년 2차전지 대표주자 에코프로비엠 상장 주관 건이다. 상장 준비 초기 단계에서는 신사업이기에 밸류 평가가 쉽지 않았고, 경영 체제 등에 풀어야 할 과제가 많았다. 대표주관을 맡은 대신증권이 면밀히 소통하며 문제를 함께 풀어낸 끝에 상장에 성공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입성 이후 시총 1위로 등극하며 바이오 위주로 구성돼 있던 코스닥 시장의 구도를 바꿔놨다.
대신證, IB 경쟁력 강화 박차…블라인드펀드 최초 조성 나선다
전쟁과 가파른 금리인상 기조에 시장 변동성이 극대화된 시기. 기업공개(IPO)에서 쓴 맛을 보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시장의 기대를 받던 대어들까지 얼어붙은 투자심리 앞에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IPO 혹한기에도 대신증권의 손을 잡은 기업들은 공모가 상단을 찍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공동주관을 맡았던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가온칩스, 풍원정밀, 애드바이오텍 등이다.
그룹 내 최초로 블라인드 펀드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초에 IB조직에 신설된 신기술금융부가 보유한 운용자산(AUM) 5000억원을 기반으로 활용, 부가가치 높은 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다. 박 전무는 “내년 경에는 대신증권이 기업성장투자기구(BDC)가 될 것”이라며 “신기술금융부와 함께 유망한 비상장사, 상장사 메자닌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