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돋보기]고정금리 상품 확대와 금융개혁

  • 등록 2023-02-20 오전 6:15:00

    수정 2023-02-20 오전 6:15:00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우리나라 금융의 은행 편중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내은행 자산은 국내총생산(GDP)의 2배로 보험 0.7배, 펀드 0.4배, 증권 0.4배은 물론, 미국 상업은행의 0.8배보다 훨씬 높다. 은행 편중은 금융소비자의 비은행 금융상품 선택권을 제한하며 금융서비스의 질을 악화시킨다. 단적인 예가 작년 고금리 상황이다. 작년 3분기까지 가계의 비결제성 예금이 6%(115조원) 늘었다. 금리가 뛰고 주가가 급락하면 안전자산을 찾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반면 전세계 금융시장의 심장 미국 국민의 고금리 대응은 달랐다. 미국 가계의 저축성예금은 작년 3분까지 오히려 7%(0.8조달러) 줄어든 반면 채권 보유비중이 53%(1.5조 달러) 늘었다. 고금리 상품으로 저축성예금 대신 채권을 매입한 것이다. 이들에게 고금리에 대응하는 안전자산은 저축성예금보다 채권인 셈이다.

채권은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예금처럼 확정금리를 주는 상품이다. 금융기관과 달리 매일 매일의 시가평가가 중요하지 않은 개인에게 채권은 전형적인 안전자산이다. 더욱이 채권 만기는 저축성예금보다 훨씬 길다. 금리 급등기에 고금리채권을 매입하면 오랫동안 고금리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미국 금융소비자가 고금리에 예금보다 채권을 늘리는 핵심적인 이유다. 우리나라의 자본시장 접근성이 미국 수준이었다면 지난해 고액자산가의 채권 폭풍 매수, 만기매칭펀드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감안할대 은행 편중 문제는 시장규율에 따라 자연스럽게 완화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자본시장과 은행의 균형발전은 이래서 중요하다. 은행의 가장 큰 경쟁자는 다른 은행이 아닌 자본시장이다. 은행의 과점문제가 공론화되는 지금이야말로 은행과 자본시장의 균형 발전을 금융개혁 테이블에 올려놓아야 할 적기이다. 소위 ‘기울어진 운동장’ 해법은 은행 영업구조의 변화가 자본시장 서비스의 혁신으로 연결되고, 자본시장 발전이 다시 은행업 혁신을 촉진하는 연결고리를 찾는데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그것을 고정금리의 확대라고 본다. 변동금리의 고정금리 전환은 금융소비자, 은행, 자본시장, 투자자 등 금융생태계 전반의 체질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고정금리라면 작금의 금융소비자의 고금리 고통은 없었을 것이다. 47%에 불과한 고정금리 주담대 비중을 미국처럼 90%대로 높인다면 영끌한 MZ세대의 고통이나 급여의 70-80%를 이자 상환에 쓰느라 경제 전체의 소비여력이 약화되는 문제점도 덜 했을 것이다.

고정금리 상품을 확대하면 국내 은행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 대출을 고정금리로 하면 은행 본업인 위험관리역량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담보로 신용위험을 없애고 변동금리로 시장위험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모습은 은행 본연의 기능이나 은행산업의 경쟁력 관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고질적인 이자수익 중심의 은행 수익구조도 바뀐다. 대출자산을 유동화하면 이자로 받던 수익이 자산보관수탁수수료와 매각차익 등으로 전환될 수 있다. 미국 상업은행은 대출자산 매각을 은행의 주요 수익전략으로 보고 비우량 대출자산을 유동화해 자산보관신탁 수수료를 전체 수수료 수입의 15% 정도로 얻고 있다.

고정금리 상품을 확대하면 자본시장의 균형 발전도 가능하다. 금리위험을 직접 관리하는 과정에서 금리파생상품을 활용함에 따라 파생상품시장의 발전을 촉진하고 일부 대출자산의 경우 유동화를 통해 MBS 등 장기채권시장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다. 보험과 연기금, 공제회 등의 국내투자 외면 현상도 완화할 수 있다. 600조원이 넘은 주택담보대출 상당액이 장기채권화한다면 자본규제와 장기채권의 부재로 해외로 눈을 돌리던 기관투자자들도 국내에서 보다 안정적인 자산운용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정금리 상품 확대는 금융소비자보호, 은행경영 선진화, 자본시장 발전, 기관투자자 국내투자 확대 등 국내 금융의 많은 문제점을 완화하고 은행과 자본시장의 균형발전에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은행 혁신의 주요 어젠다로 성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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