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빚의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 등록 2022-07-26 오전 6:15:00

    수정 2022-07-26 오전 6:15:00

[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7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을 단행했다. 기준금리가 높아지면 은행 등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 결국 금융기관이 소비자에게 적용하는 금리도 동반 상승하게 된다. 자연히 대출자의 부담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가 연말까지 0.5%포인트 더 오르면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해 연 4%에서 연말에는 8%로 상승할 것으로 예견된다. 이 경우 다중채무자나 자영업자, 그리고 최근 수년간 차입을 통해 공격적으로 자산을 매입한 소위 ‘영끌족’과 ‘빚투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가히 공포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는 빚의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물론 빚 없이 세상을 살아가기란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살아가다 보면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빚을 지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사실 빚은 경제생활을 해 나가는데 윤활유 구실을 하기도 한다. 돈을 빌려 투자할 자금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더 큰 수익을 가져오는 ‘레버리지 (leverage) 효과’도 거둘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빚은 경계의 대상이다. 우리 옛 속담에도 ‘외상이면 황소도 잡아먹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빚을 내서 소비하는 행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것으로, 빚의 문제점을 아주 잘 나타내주는 말이다. 특히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고 상환능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일단 쓰고 보자는 식으로 빚을 내는 것은 금물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또다시 심각한 가계 빚 문제에 빠져있다. 가계부채 규모는 2022년 3월, 1860조 원으로 전체 경제규모(GDP)의 100%를 상회하는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다. 국제금융협회는 1분기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4.3%로 조사 대상 36개국 중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또 가계부채가 GDP보다 많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부채가 과다하게 늘어난 데는 최근 몇 년 동안 저금리 기조 속에 차입을 통해 자산투자를 늘리는 소위 ‘영끌· 빚투’현상이 2030 세대를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빚어진 점이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휘몰아치는 인플레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리를 대폭 인상하게 되자 이들은 빚 폭탄을 안게 되었다. 이제 이들은 주식· 가상화폐 급락으로 ‘깡통 계좌’의 악몽에 휩싸여 있다. 여기에 부동산 가격까지 주춤하자 과도한 빚 상환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신용불량자의 길로 내몰리게 된 것이다.

과도한 빚 문제를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에 처해 있는 우리 경제상황을 주체할 수 없는 수렁으로 내몰 우려가 없지 않다. 한시바삐 빚의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 능동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한다.

첫째, 물가안정 기조를 견고히 정착시켜야 한다. 이는 금리인상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서민생활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그렇다. 특히 우리나라 빚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의 경우 관련 정책이 경기부양이나 자산증식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선 안되고 주거안정 시책으로 시행돼야 한다.

둘째,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노력도 강화돼야 한다. 금리인상으로 불거진 취약계층과 서민들의 빚 상환 부담은 어느 정도 덜어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금융기관의 부실방지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금융기관의 여신심사 관행도 담보위주에서 상환능력 위주로 변경해 나가고 금리적용 방식도 변동금리부 상품을 줄이는 대신 금리변동에 비교적 안정적인 고정금리부 상품을 늘려나가야 한다.

셋째, 빚을 내는 사람들이 스스로 빚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불가피하게 빚을 내야 할 상황이 닥칠 경우 현명하게 돈을 빌려 쓰는 기술이 필요하다. 빚을 내는 이유가 기존의 자산가치를 높이기 위한 사업투자이거나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데 쓰이는 등 발전적인 목적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 여부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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