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돋보기]진퇴양난 국민연금, 운용의 묘 필요하다

  • 등록 2022-08-16 오전 6:15:00

    수정 2022-08-16 오전 6:15:00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최근 공적연금개혁특위를 발족하고, 5차 재정계산을 준비하는 등 국민연금 개혁의 여건은 무르익고 있지만 이번에는 제대로 될까 하는 의구심은 여전한 것 같다. 연금개혁이 어려운 것은 국민들이 기금고갈의 실상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다. 30여년 후에는 기금이 바닥나고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국민들도 다 알고 있지만 당장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것 같지 않는 개혁작업을 용인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과 2018년 연금개혁이 좌절된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단순한 개혁 의지를 넘어 ‘준비된’ 개혁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보면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단순 조정하는 모수개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금의 소득대체율 40%는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의 하단이며, 실제 인당 55만원의 노령연금 수준도 겨우 생계비(기초생활수급액) 수준이다. 국민연금 노후소득보장이 가입자가 더 이상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다. 기금고갈이 가속화된 지난 10여년간 2008년 모수개혁(보험료 9%, 소득대체율 40%)에서 한 걸음도 더 나가지 못한 것을 개혁 의지의 부족만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한계 상황의 국민연금 모수개혁의 교착을 풀기 위해서는 새로운 묘수를 찾아야 한다. 과거를 복기해 보자. 1988년 제도 도입 이래 4차례 재정계산을 거치며 2번의 개혁 성과를 냈다. 2003년 개혁은 가장 이상적인 더 내고(보험료 4→9%) 덜 받는(소득대체율 70→ 60%) 개혁이었지만 비교적 수월했다. 60% 소득대체율은 여전히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이었고, 외환위기 극복이라는 위기적 상황과 경제사회 전반의 구조조정 분위기 등 외부환경이 긍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2007년 모수개혁(소득대체율 40%)은 힘든 과정이었다. 재정안정이라는 공공재를 위해 가입자 사적 편익(급여)을 크게 삭감되는 상황은 일방적 강요로 여겨졌다. 상황을 타개한 것은 모수개혁안 자체가 아니라 기초연금이었다. 재정안정화를 위한 가입자 희생을 기초연금이라는 다층연금의 강화로 보상함으로써 모수개혁이 가능했던 것이다. 2008년 개혁은 연금 개혁에서 이익의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단언컨대 소득대체율 40%의 하방경직성 때문에 현재 상황은 2008년 개혁보다 어렵다. 단순히 개혁 의지나 설득의 기술을 넘어 국민연금 재정안정이라는 국가적 난제 앞에 연금가입자에게 이익의 균형이 되는 묘수를 찾는 준비된 개혁 어젠다가 필요하다. 필자는 이를 다층연금의 운용체제 개혁이라고 본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가 기금으로 잘 관리·운용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국민연금이든 사적연금이든 똑같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 부족, 지방 이전에 따른 운용 인력 이탈로 1000조원시대 국민연금 운용의 기회손실을 국민들은 걱정한다. 운용수익률이 중요한 것은 재정안정과 직결되고 보험료율 인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향후 40년 동안 국민연금을 미국 캘퍼스나 캐나다 CPPIB처럼 운용할 경우 국민연금이 추가로 얻을 운용수익을 추정해 보니, 지금 보험료 수입(53조원)의 12년에서 20년 치에 이르는 것으로 계산된다. 운용수익률을 높여야 보험료 인상이 최소화하는 것이다. 가입자 입장에서 보면 운용개혁은 보험료 인상 없이 기금재정을 확충하는 일종의 공짜점심인 셈이다. 국민연금 재정계산 과정에 운용개혁의 기금확충효과를 고려해 기금의 장기적인 수지균형에 필요한 보험료율 인상폭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사적연금 운용개혁도 국민연금 모수 개혁에 도움이 된다. 30년 전 국제기구가 다층연금을 연금개혁의 대안으로 제시할 때 기본적인 역할분담은 공적연금은 재정안정, 사적연금은 소득대체율 제고였다. 공적연금 재정안정으로 소득대체율 상향 여력이 없어진 틈을 사적연금이 메우라는 것이다. 알다시피 퇴직연금 수익률은 2%정도다. 필자의 계산에 따르면 장기수익률 5%의 미국 401(k) 수준으로 퇴직연금 운용개혁이 이뤄질 경우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희생 없이도 사적연금의 소득대체율 상향으로 적정 수준의 노후소득보장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 개혁 전략의 묘수는 운용개혁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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