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야구 에이스' 김라경 "여자야구 새로운 길 만들고 싶어요"(인터뷰)

  • 등록 2022-05-04 오전 9:49:01

    수정 2022-05-04 오전 9:49:01

한국 여자 야구 에이스 김라경.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여성도 야구를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더 나아가 여성 야구를 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에이스 김라경(22)은 지금 두꺼운 벽을 하나씩 깨고 있다. ‘여자는 야구를 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뒤집고 당당히 남자 아이들과 함께 야구를 시작했다. ‘조금 하다 말겠지’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야구선수 꿈을 이루기 위해 멈춤 없이 달려온 김라경은 이제 한국 최초의 전문 여성 야구선수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라경이 가는 길은 한국 여성야구의 새로운 역사다. 그래서 더 책임감을 크게 느낀다. 그는 “야구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이 길을 새로 만들어주고 싶어요”라며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한국 여성야구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확고해졌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 제가 겪었던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뭔가 다른 발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며 “여성 야구도 한국에서 스포츠 산업으로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게 제 목표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국 여성야구를 개척하는 주인공 김라경과 일문일답.

-OK금융그룹으로부터 장학금을 받게 됐는데요. 소감을 전해주세요.

△2021년 1학기부터 OK배정장학재단으로부터 생활장학금을 받게 돼 지금 1년이 넘었어요. 재단에서 저를 좋게 봐주셔서 이렇게 인연을 맺게 됐고 정말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일본 여자야구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최윤 OK금융그룹 회장님께서 여러 팁도 주시고 지인분도 소개해주시는 등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틀야구 시절부터 여자 야구선수로서 많은 화제를 모았습니다. 어떻게 야구를 시작하게 됐나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계룡시 리틀 야구단에서 야구를 시작했습니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남자 아이들과 함께 야구를 했어요. 그런데 중학교 3학년부터는 여자 선수가 야구를 할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없습니다. 현재 여성야구는 중학교나 고등학교 팀이 한 팀도 없습니다. 전부 동호인 야구인데요. 선수는 전국에 한 1000여 명 정도 있고 팀은 49개 정도 있습니다. 거기에서 상비군을 거쳐서 국가대표를 선발하게 됩니다. 저는 중학교 3학년 때 바로 성인 팀으로 넘어와 언니들과 같이 야구를 했어요. 그러다가 서울대에 들어가면서 다시 남자들과 함께 홍일점으로 야구를 했습니다.

-지금은 서울대 야구팀에서 야구를 하는 것은 아닌가요.

△지금은 서울대 팀에선 야구를 하지 않고 있어요. 2020년도까지 뛰고 일본 진출을 준비하느라 팀에서 나온 상태입니다. 개인훈련과 재활에 전념하면서 여성 야구팀에서 야구를 하고 있는데 오는 6월에 일본으로 건너갈 계획입니다.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요.

△일본 여성 야구는 실업팀과 클럽팀은 물론 프로팀까지 활성화 돼 있어요. 요미우리 자이언츠, 한신 타이거즈, 세이부 라이온즈 등 3개 프로팀이 레이디스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본 실업팀으로 가게 됐습니다. 5월 말쯤 비자가 나오면 6월 초나 중순에 일본으로 건너갈 것 같습니다.

-일본은 여성 야구가 얼마나 활성화 돼 있나요.

△여성 야구 역사가 100년이 넘을 정도로 기반이 탄탄합니다. 현재 최강국이기도 하구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팀까지 전국에 많이 있습니다. 일본에 가서 선수로 뛰면서 여성 야구의 시스템이나 행정도 배우고 싶은 마음입니다.

-일본에 가면 어떤 포지션에서 뛰게 되나요.

△투수로 지원을 했는데요. 타자는 제 전문 포지션이 아니라서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요. 일단 투수를 하면서 다른 가능성을 찾는다면 내야수도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현재 투수로서 구속이 얼마나 나오나요. 또 어떤 구질을 던지나요.

△구속은 평균 110~115km 정도 던지고 있는데요. 구속보다는 제구력을 키우고 구종을 다양하게 하는데 더 신경 쓰고 있습니다. 구종은 직구와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네 가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제구를 더 완벽하게 하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야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텐데요.

△야구는 국민 스포츠잖아요. 가장 인기가 많은 스포츠라고 할 수 있죠. 여성들도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데 ‘여자는 야구가 아니라 소프트볼을 해야지’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요즘은 조금 바뀌었지만 제가 처음 시작할 때는 여성이 정말로 야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야구를 하고 싶은데 여성 팀이 없다 보니 남자들과 같이 야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성 야구는 수입이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그런데도 계속 야구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요.

△진짜로 너무 좋아서, 그냥 이끌려서 하는 거에요. 돈벌이가 되는 것은 절대 아니에요. 국가대표가 되더라도 소정의 교통비만 나옵니다. 그냥 명예에요. 야구가 너무 좋기 때문에 하는 거죠.

-야구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7살 터울의 오빠가 야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제가 워낙 활동적이어서 배드민턴, 수영, 투포환, 축구, 야구 등 접해본 스포츠는 많습니다. 그 중 운명처럼 다가온 것은 야구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길이 없어도, 길을 만들어서라도 좋아하는 야구를 하고 말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야구를 사랑하거든요.

-혹시 소프트볼 쪽에서 같이 해보자는 제의가 없었나요.

△중학교 때 야구 할 곳이 없다고 하니까 중학교나 고등학교 소프트볼 팀에서 계속 연락이 왔어요. 그런데 야구와 소프트볼이 비슷한 것처럼 보이지만 많이 다릅니다. 공 크기나 경기장 거리도 다르고 느낌 자체가 달라요. 게다가 저는 투수니까 더 소프트볼이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야구에 대한 생각이 확고 하다보니 지금은 연락이 안오더라구요.(웃음)

-최근 미국프로야구에선 여성 감독이나 코치, 여성 단장이 등장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런 변화가 본인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요.

△내 앞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다른 것 같아요. 이전에 누군가가 앞서 나갔던 전례가 있기 때문에 그분들이 더 나아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후배들을 위해 이 길을 새로 만들어주고 싶어요. 저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더 많은 여성 야구선수가 나올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선수로서는 물론 앞으로 장기적인 계획은 무엇인가요.

△야구 선수로 활동하면서 동시에 여성 야구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 일환으로 JDB 팀을 창단해 활동 중입니다. 펀딩을 계획하고 여자야구 꿈나무들을 위한 이벤트를 유치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활동하면서 한국 여성 야구 발전에 더 크게 이바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습니다. 남성과 여성을 나누지 않고 그냥 야구를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 여성 야구를 하는 후배들이 10년 전 제가 겪었던 고민을 똑같이 하고 있더라구요. 그 선수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다른 발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본에서 기업이나 지역과 연계하는 방법 등을 배워 여성 야구가 산업으로 자리 잡도록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한국 야구계에 전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개인적으로는 정용진 SSG랜더스 구단주님을 만나고 싶습니다. 직접 뵙게 되면 한국 최초의 프로야구단 산하 여성 야구팀을 만들어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프로야구 관중의 50%, 굿즈 판매율의 70%가 여성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여성들이 야구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1000여 명의 여자야구 선수도 있습니다. 일본 프로야구단이 레이디스팀을 운영하는 것처럼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여성 야구팀이 생긴다면 야구 발전에 훌륭한 발판이 될 것 같습니다.

7살 터울 프로야구 선수 출신 오빠 김병근와 함께 한 김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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