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현금흐름할인법이라는 것이 있다. 미래에 현금을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높은 가치가 인정된다. 그런데 현금흐름할인법에는 개별 기업의 역량만 반영되지 않는다. 기업이 속한 자본시장의 발전 수준이 ‘할인율’이라는 장치에 담겨져 있다. 자본시장의 신뢰도가 낮으면 할인율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기업가치는 저평가되는 것이다.
재무분석가들은 기업재무정보를 분석하여 가치평가를 진행할 때 ‘이익 품질’과 함께 ‘재무보고 품질’을 면밀하게 살핀다. 단기 변동성이 작고 성장성과 지속 가능성이 높게 예측될 경우 이익은 고품질로 평가된다. 기업이 회계 기준을 준수하면서 일관된 회계정책을 수립하여 유지하는 한편 경영진에게 부여된 선택재량권을 덜 사용할수록 재무보고 품질은 높게 평가된다. 이때 재무보고 품질이 낮을 경우에는 아무리 이익품질이 높아도 제대로 된 가치를 부여받기가 어렵다. 결국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기반으로 한 재무보고의 품질이 우선 확보된 뒤에 이익품질을 따지는 것이 의미있는 작업이 되는 것이다.
기업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부여하는 것은 ‘외부감사 제도’이다. 흔히 ‘자본시장의 파수꾼’이라 불리는 공인회계사는 기업 스스로 작성한 회계정보가 왜곡이 없는지를 검증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회계제도 개혁은 공인회계사가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 것이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회계정보를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상장회사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가 회계제도 개혁의 핵심사항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진정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2017년 단행된 회계제도 개혁은 마땅히 지속되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즉 비재무적정보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제2의 회계제도 개혁’도 철저히 준비하여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진입하는 기초인프라를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