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회계개혁'은 기업 가치 높이는 투자

신왕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한국공인회계사)
  • 등록 2022-07-27 오전 6:30:00

    수정 2022-07-27 오전 6:30:00

[신왕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공인회계사] 5년 전 회계개혁 조치가 단행되었다. 상장회사 주기적 지정 감사제도, 표준감사시간제도,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등 광범위한 내용이 담겨져 있었다. 이를 개혁이라고 부르는 것은 5조원대 대우조선해양 회계부정 사건을 계기로 바닥까지 추락한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회복시켜 국내기업 주가가 만성적으로 저평가상태에 머물러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바로잡자는 담대한 목적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은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돈이 필요한 주체에게 전달되는 과정이다. 기업은 생산활동을 하기 위해 투자금을 받는 ‘최종 수요자’가 되고, 개인은 수익을 기대하면서 돈을 투자하는 ‘최종 공급자’가 된다. 가장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업에게 투자금이 전달되고, 투자자들은 가장 큰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자본시장이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다.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으로 현금흐름할인법이라는 것이 있다. 미래에 현금을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이 높은 가치가 인정된다. 그런데 현금흐름할인법에는 개별 기업의 역량만 반영되지 않는다. 기업이 속한 자본시장의 발전 수준이 ‘할인율’이라는 장치에 담겨져 있다. 자본시장의 신뢰도가 낮으면 할인율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기업가치는 저평가되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국내 기업들이 선진국 기업들과 비교하여 유사한 미래현금흐름 창출 역량을 지니더라도, 국내 자본시장의 후진성 때문에 항상 높은 할인율을 적용받는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이다. 만일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어 경영진이 단기성과보다는 지속 가능한 장기성장 전략에 집중하고, 회계정보는 경영성과를 있는 그대로 공정하게 나타낸다고 가정해보자. 투자자들은 단기매매보다는 장기보유로 화답하게 될 것이며 자본시장 신뢰 증가에 따라 할인율이 감소하고 기업 주가는 본질 가치에 보다 빠르게 수렴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이다.

재무분석가들은 기업재무정보를 분석하여 가치평가를 진행할 때 ‘이익 품질’과 함께 ‘재무보고 품질’을 면밀하게 살핀다. 단기 변동성이 작고 성장성과 지속 가능성이 높게 예측될 경우 이익은 고품질로 평가된다. 기업이 회계 기준을 준수하면서 일관된 회계정책을 수립하여 유지하는 한편 경영진에게 부여된 선택재량권을 덜 사용할수록 재무보고 품질은 높게 평가된다. 이때 재무보고 품질이 낮을 경우에는 아무리 이익품질이 높아도 제대로 된 가치를 부여받기가 어렵다. 결국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기반으로 한 재무보고의 품질이 우선 확보된 뒤에 이익품질을 따지는 것이 의미있는 작업이 되는 것이다.

기업 회계정보의 신뢰성을 부여하는 것은 ‘외부감사 제도’이다. 흔히 ‘자본시장의 파수꾼’이라 불리는 공인회계사는 기업 스스로 작성한 회계정보가 왜곡이 없는지를 검증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앞서 언급한 회계제도 개혁은 공인회계사가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 것이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회계정보를 객관적이고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상장회사 감사인 주기적 지정제가 회계제도 개혁의 핵심사항으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운용규모 1000조원을 바라보며 세계 3대 연기금에 속하는 세계적인 기관투자가다. 2021년 말 현재 국내주식 166조원, 국내채권 340조원을 보유하고 있는 기금의 운용 관점에서 보자면, 회계정보의 신뢰 구축은 국민노후를 책임지는 기금의 장기안정적 투자수익 창출을 위한 일종의 필수 인프라 투자인 셈이다.

진정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2017년 단행된 회계제도 개혁은 마땅히 지속되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즉 비재무적정보의 신뢰성 제고를 위한 ‘제2의 회계제도 개혁’도 철저히 준비하여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로 진입하는 기초인프라를 확고하게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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