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이탈리아 최대 에너지 기업 에니(Eni)가 러시아 가스 수입을 위한 루블화 계좌를 가즈프롬 뱅크에 개설하기로 했다. 에니는 이같은 움직임을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제재 위반으로 생각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 사진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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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니는 가즈프롬 가스 수입 대금 결제를 며칠 앞두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러시아산 가스는 이탈리아의 전체 가스 수입 가운데 40%를 차지한다.
에니는 루블화 계좌 개설이 EU 제재를 위반하는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송장 발행과 대금 지급을 모두 장기계약시 합의한 통화인 유로화로 할 것이며, 유로화는 가즈프롬 뱅크의 별도 계좌에 예치될 것이란 설명이다.
에니는 거래에서 발생하는 모든 외환 리스크를 가즈프롬이 부담하도록 하기 위해 가즈프롬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가 금융제재 위반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이 점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연합 내 업체들이 기존 계약서에 합의된 통화로 가스대금을 지불하고, 해당 통화로 거래완료를 신고할 경우 제재 위반이 아니라는 지침을 밝혔다.
에니는 이탈리아 정부가 33%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영 기업이다. 이번 결정에 대해 에니는 이탈리아 기관들과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러시아 중앙은행 제재의 핵심 설계자 중 한 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