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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시작된 반도체 ‘겨울’이 본격화했단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줄어들기 시작한 반도체 수요가 가격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기업들의 수익성 역시 악화하고 있다. 올 3분기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전분기 대비 10~15%, 13~18% 각각 내리며 메모리 업황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 상대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컸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역시 올 2분기 상위 10대 기업 매출 성장률 3.9%를 기록, 2021년 1분기 1%대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을 보였다.
가격과 수요 모두 하향 곡선을 그리자 수출액 역시 줄어들었다. ‘수출 효자’로 꼽히던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달 114억9000만달러로 올해 들어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반도체 수출액이 줄어들면서 무역수지 역시 25년 만에 처음으로 5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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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반도체 대기업 역시 같은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은 올해 9~11월 매출액 전망치를 최근 5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인 42억5000만달러(약 6조1200억원)로 제시했다.
산업 전반에 한파가 불어닥친 가운데 업계 안팎에서는 반도체 업황이 내년 하반기에나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수요 위축으로 인해 쌓인 재고 부담이 해소되고 가격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반년가량이 필요하단 분석이다. 최도연·남궁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약 3년간 지속한 반도체 상승 사이클이 역사상 최대 수준의 재고 부담을 발생시켰다”며 “내년 1분기 중으로 주문이 늘어나고 생산 기업의 재고가 소진될 3분기께 업황 반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업들은 반도체 감산·투자 축소 등에 나서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마이크론은 올 하반기 생산량을 줄이는 한편 반도체 생산장비 예산을 삭감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30%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힌 상태다. 일본 키옥시아 역시 이달부터 칩 생산을 위한 웨이퍼 투입량을 30%가량 줄일 예정이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메모리 분야에서 역대 최저 수준의 증설이 예상된다”며 “재고 조정 기간을 거친 뒤 내년 하반기에 업황이 턴어라운드(반등)할 것으로, CAPEX 삭감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