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정부, 미분양 매입 좌고우면할 이유 없다

작년말 미분양 6.1만가구 위험수위
건설업 살리기 혈세 투입 비판에도
경제 '뇌관' 부동산 경착륙 막아야
엄격한 기준 설정 후 시행에 속도
  • 등록 2023-01-24 오후 5:20:30

    수정 2023-01-24 오후 7:40:23

[이데일리 문승관 건설부동산부 부장] 이데일리는 지난 10일 자 ‘국토부, LH 통해 미분양 주택 사들인다’를 단독 보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 올해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미분양 주택의 정부매입 검토를 지시하자 국토교통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매입임대사업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주택 미분양 재고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정부가 미분양 주택도 해결하면서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미분양 주택은 6만1000가구(추정치)까지 불어났다. 정부가 판단하고 있는 미분양 물량의 위험수위인 6만2000가구에 근접했다. 건설업계가 그간 미분양 신고에 소극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실제 미분양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LH를 통해 사들이려는 대상은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다. 빌라나 다가구주택, 오피스텔, 아파트를 사들인 후 공급하는 기존 방식에서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유형을 추가하겠다는 것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사업자가 공사를 마친 후에도 판매하지 못한 물량이다.

정부가 미분양을 사들이면 ‘지역 경제와 건설업 살리기’라는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지금같이 선분양 체제에선 미분양 물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 건설사의 사업조달비용이 늘어나고 유동성 리스크가 커진다. 미분양으로 건설사가 도산하면 건설사나 시행사에 대출해준 금융권도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등 아파트 공급 생태계가 무너져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이 경착륙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파장은 부동산 시장 전체를 넘어 금융시장과 국가 경제로까지 확산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서둘러 나선 것도 이러한 위기감 때문이다.

일각에선 ‘건설사의 악성 재고를 혈세로 처리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실 건설사 특혜 구제 아니냐는 것이다. ‘국민 혈세’로 건설사의 고분양가를 떠받친다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를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만 정부가 대규모 미분양 사태 해결을 위해 매입임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위기로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한 2010년 정부는 준공 전 미분양 물량에 대해 환매조건부 매입 규모를 3조원으로 확대하는 등 미분양 해소에 나선 경험이 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정부 대책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대신 미분양 사태에 대한 건설사의 책임을 묻고 매입 할인율을 대폭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부동산경기 급락은 우리 경제의 ‘뇌관’ 중 하나다. 따라서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미분양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다. 정부는 미분양 주택 매입에 대해 아직 세부 기준과 시행시기를 정하지 못했다고 했다. 좌고우면할 시간과 이유가 없다. 방침을 세웠다면 운용의 묘를 살리기 위해 매입기준과 원칙, 범위, 지역 등에 이르기까지 엄격하게 설정한 후 시행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 아울러 미분양 사태를 불러온 건설사에 대해서는 뼈를 깎는 자구 노력을 주문하고 그 책임을 물어 도덕적 해이도 경계토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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