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종사자들이 기도하며 출근하는 이유[데스크칼럼]

중대재해처벌 이후 건설업계 안전관리 강화 최우선
안전은 문화..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아
많은 인력·장비 투입되는 건설현장 특수성 있어
기업 안전총괄책임자 개인 역할 넘어서는 일
  • 등록 2022-02-20 오후 10:12:25

    수정 2022-02-20 오후 10:12:25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전 종교도 없는데 매일 아침 기도하는 심정으로 출근합니다. 원래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을 하려고 할 때 기도하는 거잖아요.” 최근 만난 건설업계 종사자의 하소연이다.

지난 8일 승강기 추락 사고로 근로자 두 명이 숨진 경기 성남시 요진건설산업 건설현장.(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건설업계가 좌불안석이다.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는 환경인데다 법 시행 초기에 시범케이스로 처벌대상이 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전사적인 최우선 과제로 현장안전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CSO(안전총괄책임자)를 신설하고 관련 조직과 예산을 적극 투입하고 있다. 현장직원과 협력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대폭 강화했다.

하지만 안전은 규제한다고 갑자기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니란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안전관리는 문화나 습관 같은 것이어서 바뀌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전관리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유럽이나 일본도 오랜 시간을 통해 안전문화가 체질화된 것이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반면 안전관리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도 안전문화가 현장에 잘 정착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 받는다. 현장 관계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실제로 건설현장에서 매우 기초적인 안전관리인 안전모, 안전화를 착용하는 문화가 생긴 게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현장 종사자들이 작업속도 보다 안전을 더 우선해서 챙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려면 아직 멀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대재해법 시행 후 한달도 채 되지 않아 6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삼표산업 경기 양주 채석장 붕괴 사고(1월 29일) △판교 신축공사장 승강기 추락 사고(2월8일) △여천NCC 공장 폭발(2월11일) △한솔페이퍼텍 차량 전복 사고(2월11일) △세종~포천 고속도로 현장 추락 사고(2월16일)△창원 제조업체 급성중독 사고(2월 18일)다.

또 많은 사람과 장비가 투입되고 높은 곳에서 일해야 하는 건설현장 특성상 사고를 완벽하게 막긴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높다. 건설현장에는 적게는 수십명, 큰 규모의 현장이라면 수백명이 투입돼 일을 한다. 작은 연장부터 중장비까지 위험한 장비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 긴장을 조금이라도 늦추면 사고가 나기 십상이다.

이를 구조적으로 막으려면 공사기간을 충분히 늘리고 안전 관련 비용도 아낌없이 투자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건설사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사를 맡기고 돈을 주는 발주처, 즉 정부기관과 정비사업조합 등에서 이를 인정해 줘야 하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도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이 역시 문화로 정착돼야 할 문제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와 정치권은 사고가 나면 안전총괄책임자 개인을 처벌하겠다고 한다. 안전관리를 강화하는 것, 공사현장에서 사고로 사람이 죽지 않게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같은 사회 구조적 문제를 개인에게 묻겠다는 것은 과도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다. 오죽하면 건설업계 종사자들이 매일 기도하는 심정으로 출근을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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