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기차 충전성능, 현대차 등 경쟁사에 크게 뒤떨어져"

닛케이 "내연차 수준 충전시간 전기차 속속 등장"
도요타·닛산 충전시간, 현대차 '아이오닉5' 2배 이상
日, 인프라 부족해 급속충전 대응 늦어
급속충전엔 대용량 전지 필요…비용도 문제
"대응 지연시 엔진차로 확보한 점유율 잃을 수도"
  • 등록 2022-05-18 오전 11:14:58

    수정 2022-05-18 오전 11:18:46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한국 현대자동차의 신형 전기자동차(EV)는 출력 250㎾ 이상의 급속충전이 가능하다. 5분 충전으로 200㎞ 이상을 달릴 수 있다. 반면 일본 토요타자동차와 닛산자동차는 충전 출력이 150㎾ 이하로 충전 시간이 2배 이상 걸린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18일 “해외에선 충전 시간이 내연기관 자동차 수준으로 짧아진 전기차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본 전기자동차의 충전 성능이 해외 경쟁사들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 (사진=AFP)


내연차 수준 충전시간 전기차 속속 등장

전기차 충전 시간 단축의 선두주자는 미국 테슬라다. 테슬라는 2019년 250㎾ 출력의 급속충전기를 개발한 뒤 주력 차종인 ‘모델3’에 도입했다. 15분 충전으로 275㎞를 달릴 수 있다.

테슬라를 제외하면 급속충전 기능은 주로 고급 전기차를 중심으로 적용됐다. 독일 폭스바겐그룹 산하 포르쉐는 2020년 270㎾ 출력의 급속충전 기능이 탑재된 ‘타이칸’을 선보였다. 4분 30초 충전으로 100㎞를 주행할 수 있다. 이듬 해 폭스바겐 산하 아우디도 270㎾ 급속충전이 가능한 전기차를 내놨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급속충전이 가능한 양산형 모델 차량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대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인 ‘아이오닉5’가 대표 사례로 꼽혔다. 아이오닉5는 350㎾의 급속충전기를 이용하면 5분 충전으로 약 220㎞의 주행이 가능하다.

닛케이는 “이 차량은 이번 달부터 일본 시장에 출시된다. 가격은 500만엔(약 4900만원) 전후로 일반 소비자들을 주고객층으로 한다. 충전 시간은 소비자들이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딜로이트토마츠그룹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차량 구매를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 중 20%가 긴 충전 시간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몇 분 만에 연료를 가득 채울 수 있는 내연차와는 달리, 전기차는 대부분 급속충전기를 사용해도 완전 충전까지 30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日, 인프라 부족해 급속충전 대응 늦어

일본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고출력 급속충전 대응에 뒤처져 있다. 닛산의 주력 전기차인 ‘아리아’의 충전 출력은 130㎾에 그친다. 아이오닉5(350㎾)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토요타가 지난 12일부터 일본에서 정기구독 방식으로 판매를 시작한 신형 ‘bZ4X’의 출력도 150㎾에 불과하다. 아리아가 375㎞를 주행하기 위해선 급속충전기를 사용해도 약 30분이 소요된다.

일본 내 설치된 급속충전기의 출력이 낮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인프라에 맞춰 차량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도쿄전력홀딩스의 충전 인프라 계열사 이모빌리티 파워가 급속충전기 설치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50㎾ 이하이며, 지난 해에 이르러서야 90㎾ 충전기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는 해외의 상황과 크게 대비된다. 테슬라는 2012년부터 전 세계에 고출력 충전 인프라망인 ‘슈퍼차저’를 깔기 시작했다. 출력 250㎾의 급속충전기를 포함해 지금까지 총 3만기 이상의 슈퍼차저가 세계 곳곳에 설치됐다.

폭스바겐과 현대차 등이 출자한 독일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 회사 아이오니티는 2025년까지 유럽에 약 7000기의 350㎾급 급속충전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폭스바겐의 충전 서비스 회사인 일렉트리파이아메리카가 2018년부터 350㎾ 급속충전기 설치를 개시했다.

테슬라의 고출력 전기차 충전기인 ‘슈퍼차저’.(사진=AFP)


급속충전엔 대용량 전지 필요…“비용도 문제”

전기차 자체 설계도 높은 전압에 대응할 수 있도록 변경해야 하는데, 이 경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도 문제다. 일본 전기차에 탑재되는 전지나 모터 등은 자국 내 인프라 수준에 맞춰 400V 전압에 대응토록 설계돼 있다.

현대차와 포르쉐 등은 800V의 전압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를 바꿨다. 포르쉐의 타이칸은 일반 전기차의 2배 수준인 93.4㎾ 전지를 장착했다. 전지 용량이 커지면 높은 충전 출력을 견딜 수 있고, 그만큼 충전 시간도 짧아지게 된다.

전 세계적으로 100㎾ 전후의 대용량 전지를 탑재한 전기차, 즉 급속충전이 가능한 차량 비중이 2025년 경엔 20%, 2028년엔 32%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문제는 전지 가격이 전기차 제조 비용의 3분의 1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닛산의 한 임원은 800V 전압에 대응하려면 “많은 부품을 바꿔야 한다. 차량 제조 비용이 훨씬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설계 변경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닛케이는 “닛산의 아리아나 토요타의 bZ4X는 국내 보급이 우선이지만, 글로벌 시장도 겨냥한 모델”이라며 “해외에서 판매하려면 고출력 급속충전이 가능해야 한다. 해외 경쟁사들과 충전 성능 차이가 벌어지게 되면 내연차로 확보해 놓은 높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잃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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