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현실은 그림처럼 다정하지 않거늘…이신명 '천변풍경'

2019년 작
추억조차 닳아버린 한 시절 서정 옮겨
개발이란 명목이 떠밀어낸 옛 골목풍경
"오래도록 마음에 붙들어둘" 흔적으로
  • 등록 2022-07-06 오전 11:20:00

    수정 2022-07-06 오전 11:20:00

이신명 ‘천변풍경’(사진=아트스페이스선)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돌과 시멘트로 높게 쌓아올린 담벼락, 그 위로 집과 집을 바투 지어 옹기종기 모여 살았더랬다. 담벼락 아래로 흐르는 개천도 빼놓을 수 없는 전경이다. 하지만 말이 좋아 개천이지 낭만적인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잡초더미 무성하게 키운 탁한 물이 흐르기 일쑤였으니. 현실은 그림만큼 아름답지도 다정하지도 않았던 거다.

자연이 살자고 만든 게 아닌 사람이 살자고 만든 풍경. 그래도 작가 이신명은 그 흔적이 그립다고 했다. “개발이란 명목이 떠밀어낸 옛 풍경을 오래도록 마음에 붙들어두고자” 했단다. 슬레이트지붕과 돌담, 삐죽 솟은 굴뚝과 전신주, 창살 세운 창과 비뚤고 거친 계단 등, 좁은 골목길이 길게 품어낸 이들 풍광은 작가가 자주 불러내는 소재이자 테마. 아련하게 번진 색과 무너져가는 형체를 위해 작가는 콩테(연필 모양의 크레용)란 도구를 자주 꺼내 들었더랬다.

‘천변풍경’(2019)은 그 긴 시간 중 일부를 정지시켜 놨을 뿐이다. 오래된 사진첩에서 한 장 뽑아낸 듯, 추억조차 닳아버린 한 시절의 서정이 연하게 번진다.

24일까지 서울 중구 통일로 아트스페이스선서 여는 ‘홍대 75전’에서 볼 수 있다. 홍익대 미대 75학번의 동기전이다. 작가 27명이 회화·조각·설치작품 등 29점을 걸고 횟수로는 5번째, 햇수로는 4년 만에 다시 열었다. 종이에 혼합재료. 91.0×61.0㎝. 아트스페이스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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