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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의 IT세상읽기]통신호텔과 주파수 공정성

국영호텔 부지 개발(LG유플 인접 5G주파수 경매) 논란
호텔 위치에 따라 효용다른 특이한 상황
정부, 노는 땅 효용 늘리고 호텔이용자 복지 위해 필요
반은 맞는 얘기..정부 개입으로 호텔 품질순위 달라질 우려도
균형잡힌 정책 필요..수도권과 농어촌 나눠 조건 달아야
  • 등록 2022-01-11 오후 4:37:49

    수정 2022-01-11 오후 9:26:24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통신사업은 국영 호텔과 비슷하죠. 남산, 잠실, 반포에 대형 호텔이 있는데 정부가 반포 공원부지 땅을 추가로 호텔이 사용할 수 있게 내놓는다면 어찌 될까요? 남산이나 잠실 호텔들도 반포에 주차장을 짓고 셔틀버스로 옮기면 된다 해도 동등한 효용을 가진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최근 ‘5G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계획안 공개토론회’에서 오병철 연세대 교수가 던진 말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LG유플러스 인접 대역 5G 주파수(3.5㎓ 대역 20㎒ 폭, 3.4㎓~3.42㎓)에 대해 2월 중 경매하겠다고 발표하자 논란이죠. 남산(SKT), 잠실(KT)호텔은 경매에 반대합니다. 객실이 차지 않은데다(5G 주파수가 부족하지 않은데다), 추가 투자 없이 당장 소프트웨어만 업그레이드하면 되는 반포(LG유플러스)호텔과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죠. 이들이 반포 부지를 사서 개발하려면 2년의 세월에 1.5조 정도가 추가로 든다고 합니다.

극심한 논란에도 정부가 밀어붙이는 이유는 뭘까요? 정부는 △노는 땅을 그대로 두면 국가 자산 낭비이고 △땅을 내놓으면 반포 호텔 이용자들(LG유플러스 이용자들)의 편익이 좋아지며 △반포 호텔 품질이 좋아지면 덩달아 남산과 잠실 호텔(SKT와 KT)도 투자를 늘릴 테니 결과적으로 모든 호텔 이용자들(통신 이용자 모두)의 편익이 증가할 것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최저 경매가격인 1355억 원 이상의 돈이 정부에 들어가고,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의 통신품질이 좋아질 것이라는 점은 맞습니다. 지난해 정부가 매긴 호텔 품질평가(5G 품질평가)에서 반포(LG유플러스)호텔은 남산(SKT), 잠실(KT)호텔보다 뒤졌는데, 정부의 반포 공원부지 경매 덕분에 품질이 좋아질 것이죠.

정부 논리에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습니다. 당장 잠실(KT)호텔은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반포(LG유플러스)호텔보다 품질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말 서울 5G 다운로드 속도는 SKT 948.91Mbps, KT 819.26 Mbps, LG유플러스 816.78Mbps였는데, 인접대역 5G 주파수가 LG로 가면 KT가 품질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경쟁회사들은 이번에 인접대역 5G 주파수가 LG유플러스로 가면 LG만 100m 달리기 시합에서 20~30m 앞에서 출발하는 셈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민을 위한 일인데 뭐가 문제냐고 단순화하기는 찜찜합니다. 게다가 반포호텔의 기자재(기지국 장비)는 외국산 아닌가요? 외산 기자재의 풀 성능을 정부 정책 변화로 도와준다면 정부 말을 듣고 국산 기자재를 고집했던 남산호텔과 잠실호텔은 불공정하다고 느낄 것입니다.

노는 땅의 효용도 높이고 공정경쟁과 산업 생태계도 챙기는 길은 없을까 생각해 봅니다. 정부가 기왕에 반포 땅을 내놓기로 결정했다면, 반포 호텔 혼자(수도권)독식하는 게 아니라 당장은 남산과 잠실, 반포 호텔 이용자 모두(농어촌 공동망)가 쓰도록 용도를 제한하고, 1~2년 뒤 국산 기자재 성능이 올라가는 걸 보고 반포호텔 이용자(수도권)만 쓸 수 있게 조건을 거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균형 잡힌 대책을 만들 시간이 없다면 차라리 차기 정부로 넘기던지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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