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비 인상에 ‘눈 번쩍’…“‘10분만 더 잘까’ 이제 못하겠네요”

서울 택시 기본요금, 1일부터 3800원→4800원
밤 11시엔 기본요금 6700원에 할증 40% ‘후덜덜’
“이젠 아침 늑장 못부려” “야근·회식 땐 어쩌나”
기사들도 “승객 줄어들까 걱정”
  • 등록 2023-02-01 오후 3:09:59

    수정 2023-02-01 오후 7:24:42

[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택시비 무서워서 타겠어요? 오늘부터 ‘10분만 더 누워있어야지’는 절대 못할 거 같네요.”

서울의 중형택시 기본요금이 4800원으로 오른 첫 날인 1일, 시민들은 “월급 빼고 다 오른다”며 한탄을 쏟아냈다. 택시기사들은 “그 동안 너무 올리지 않았다”면서도 요금 인상으로 승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1일 서울의 한 택시 좌석에 기본요금 등 인상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4년 만의 택시 기본요금 인상, 시민 부담↑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를 기점으로 서울 중형택시 기본요금은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 올랐다. 기본요금 인상은 2019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기본요금이 적용되는 구간은 2㎞에서 1.6㎞로, 추가 요금이 100원씩 올라가는 거리는 132m에서 131m로 각각 줄어들었다. 여기에 시간 요금 역시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조정돼 미터기가 올라가는 속도까지 빨라졌다.

이미 각종 생활 물가는 물론, 난방비 등 공과금까지 오를 대로 오른데다가 택시비까지 오르자 시민들은 부담을 호소했다.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오후 10시~11시엔 할증률 20%, 오후 11시~다음날 오전 2시엔 할증률 40%를 적용한 데 이어 조치여서다. 이날부턴 밤 11시에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이 6700원으로 작년보다 3000원정도 더 비싸다.

아침잠이 많아 종종 출근길 택시를 이용한다는 서울 마포구의 직장인 김모(32)씨는 “평소라면 7000원 정도면 되는 거리가 오늘 9200원 나왔다”며 “기사님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택시비가 올랐다는 걸 깨달았는데, 이젠 늑장 부릴 때가 아닌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강서구의 직장인 김모(42)씨도 “이틀 전엔 1만5000원 나왔는데 오늘은 1만9900원이 찍혀서 놀랐다”며 “야근하고 퇴근하면 40% 할증 시간대인데 벌써 성질난다”고 했다.

이들을 포함한 적잖은 시민들은 이제 이전만큼 택시를 타지 못할 거란 반응이다. 경기 고양시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직장인 김모(30)씨는 “택시는 대중교통이 끊기거나 급할 때 등 피치 못할 때 타는 건데, 할증 시간을 당긴 지 얼마 만에 요금을 또 올리는 거냐”며 “급해도 이젠 이전처럼 쉽게 타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직장인 박모(32)씨도 “회식 한 번 참석하면 택시비를 회사에서 줘야 할 판”이라며 “기본요금 인상에 야간 할증은 할증대로 붙는다면 예전보다 2배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겠다”고 우려했다.

기사들 “기름값 보전도 안되지만…승객 감소 걱정”

4년만의 요금 인상이지만 택시기사들이 마냥 반기는 것만은 아니다. 요금 인상과 비례해 승객이 줄을 수 있단 걱정 때문이다.

서울 중랑구에서 19년째 개인택시를 모는 박모(61)씨는 “기본요금이 올라도 작년에 오른 기름값 보전도 안된다”면서도 “택시는 기본요금 1000원만 올라도 심리적 저항감이 높아 오히려 손님들이 택시를 안 탈까봐 고민”이라고 했다. 박씨는 “중랑구 택시다보니 인근인 경기 구리시, 남양주시 등도 자주 가는데 심야에 서울을 벗어나면 할증이 엄청 붙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젊은 사람들이라면 차라리 새벽 첫 차를 기다리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했다.

법인택시 기사들도 일단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승객 감소가 예상되는데다 당장은 아니라도 조만간 사납금이 오를 가능성이 있어 수입이 크게 늘진 않을 걸로 보고 있다. 서울 성동구의 법인택시 기사 강모(74)씨는 “아직은 아니라도 두세 달 뒤엔 사납금이 오를 것”이라며 “시민들은 가격이 부담되고, 기사들 역시 크게 벌이가 나아지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편 서울시는 택시 요금이 오른 만큼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불친절 관련 신고가 누적된 경우엔 각종 지원 중단 등 불이익을 주고, 민원 발생시 ‘불친절 요금 환불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서울 강남구의 택시기사 A씨는 “요금이 오른 만큼 손님들의 기대도 커질 수 있다”며 “차량을 좀 더 좋은 것으로 바꾸거나, 내부를 깨끗이 유지해서 손님이 더 편하도록 운행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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