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함께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3사로 꼽히는 미국 마이크론이 역대 최대 분기 적자에도, 대내외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장밋빛 전망이 속출하며 주가가 급등했다. 이른바 ‘반도체 업황 바닥론’의 영향이다. 추가 감산과 구조조정, 여기에 챗GPT 열풍 등으로 인한 생성형 인공지능(AI) 개발 수요까지 긍정적 전망이 어우러진 데 따른 것으로 업황 반등의 시간이 임박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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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은 28일(현지시간) 2023회계연도 2분기(12월~2월) 매출 36억9000만달러(약 4조8000억원), 순손실 23억1000만달러(약3조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넘게 쪼그라들었고 이익 측면에선 적자로 전환했다. 월가(街) 예상치에도 못 미쳤다. 더 나아가 3분기(3~5월) 매출 역시 전년 동기와 비교해 60%가량 준 35억~39억(약 4조5500억~5조6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봤다.
실제 외부의 견해도 긍정 일색이었다. 미국 투자은행 키뱅크의 존 빈 애널리스트는 “향후 수분기 이후 마이크론의 수익 성장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마이크론은 2023회계연도의 시설투자(CAPAX) 규모를 기존 75억달러에서 최대 70억달러(약 9조1200억원)로 하향 조정했다. 감원 비율도 기존 임직원의 10%에서 15%로 올려잡았다. 이를 두고 모건스탠리의 조셉 무어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 테크놀러지의 여러 조치는 직면했던 숙제들을 해결하고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안팎의 전망은 29일 마이크론의 주가를 7.19% 끌어올렸고 이는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1.79% 뛴 1만1926.24에 마감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각각 1.00%, 1.42% 오르는 데 그친 것과 대비된다. 또 다른 주요 반도체주인 엔비디아(2.17%)와 AMD(1.62%)의 주가는 물론 애플(1.98%), 마이크로소프트(1.92%), 아마존(3.10%), 알파벳(구글 모회사·0.53%), 메타(페이스북 모회사·2.33%) 등 빅테크 주가 역시 긍정적 영향을 받았다.
“메모리 생산량 더 크게 줄여야 가격 반등”
다만 현재 메모리 3사의 재고 일수가 여전히 20~23주 수준인 데다 생성형 AI발(發) 수혜 역시 내후년이나 돼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바닥론이 성급한 판단 아니냐는 관측도 적잖다. 무엇보다 메모리 1위 삼성전자가 여전히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이어가는 건 부담이다. 높은 원가 경쟁력·풍부한 현금성 자산 등을 보유한 만큼 올 하반기 반도체 업턴 때 점유율 확대 등을 염두에 둔 전략이다. 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제아무리 생산량을 줄여도 삼성전자가 꿈쩍하지 않은 한 메모리 가격 반등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트렌드포스 역시 “생산량이 크게 줄어야만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