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수능해방, 시원섭섭해”…“내 딸, 수고 많았어”(종합)

2023학년도 수능 치러진 17일 ‘이모저모’
수능 한파·단체 응원 없어도 ‘조용한’ 격려
학부모들, 시간표 맞춰 종일 기도…“소원성취 바라”
끝날 무렵부턴 교문 앞 ‘인산인해’
  • 등록 2022-11-17 오후 7:11:28

    수정 2022-11-17 오후 7:17:37

[이데일리 권효중 황병서 기자] 그동안 고생했어… 마지막까지 긴장하지 말고 파이팅!”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7일 전국 1300여개 고사장에서 치러졌다. 코로나19 이전엔 연례행사였던 선후배들의 떠들썩한 응원전은 3년째 허용되지 않았지만, 수험생들은 가족들의 조용한 응원을 업고 시험을 치렀다. 다행히 ‘수능 한파’는 없었던 이날, 수험생은 물론 학부모까지 긴장 속 하루를 보냈다. 수능 시험에 맞춘 간절한 기도 이후 다시 교문에서 자녀를 기다리는 익숙한 모습도 연출됐다. ‘인생 첫 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수능을 마치고 나온 학생들은 “막상 끝나니까 시원섭섭하다”며 ‘해방감’을 보였다.

17일 오전 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각 학교에서 모여든 응원단 없이 고요했다.(사진=황병서 기자)
단체 응원전 없어도… “실수만 안 하면 돼” 격려

이날 입실 마감 시간은 오전 8시 10분이었지만, 오전 7시부터 수험생들은 속속 고사장에 들어섰다. 두꺼운 외투를 입은 수험생들은 도시락 가방, 담요, 수험표와 요약본 등을 들고 교문을 통과했다.

서울 종로 경복고등학교에 아들을 바래다준 어머니 최모(60)씨는 “아들이 좋아하는 샌드위치를 싸줬다”며 “17년 만에 생긴 막내인 만큼 온 가족이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문으로 들어간 딸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던 50대 이모씨는 “실력만큼, 실수 없이 보면 좋겠다”며 간절한 마음을 전했다. 비슷한 시각 서초 반포고등학교 앞에서도 “화이팅”, “실수만 안 하면 돼”, “부담 갖지 마” 등 수험생을 향한 가족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주부 A(51)씨는 “엄마인 내가 더 떨린다”며 “밤 늦게까지 고생했던 아들을 생각하면 엄마 고생은 별 거 아니다 싶다”고 했다.

수능 때마다 벌어지는 ‘뜻밖의 사고’는 올해도 있었다. 반포고를 찾은 한 수험생은 교문 앞에서 “배정 고사장은 개포고등학교”라는 안내를 듣고 망연자실에 빠져 있다가 급히 경찰차를 타고 이동했다. 한 어머니는 “우리 아들이 도시락을 놓고 갔다”며 고사장 관계자에 전달을 부탁하기도 했다.

시험이 한창인 시각, 가족들도 서울 시내 주요 사찰과 교회, 성당 등 종교 시설에서 마음을 졸였다. 이데일리가 둘러본 서울 종로구 조계사, 강남구 봉은사 등 대형 사찰의 경우 법당 안은 물론, 바깥 마당에서도 기도를 하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108배를 올리는 이들, 끊임없이 합장을 하고 기도문을 외는 이들이었다. 경내엔 ‘수능 대박’, ‘소원 성취’ 등이 빼곡하게 적힌 메시지 보드와 공양에 쓰이는 기왓장, 초가 가득했다.

조계사에서 만난 이모(75)씨는 “올해 시험 보는 손주가 셋인데, 모두 원하는 대학에 갔으면 좋겠다”면서 “아이들이 수능이 끝날 때까지 여기서 응원하면서 기다리려고 왔다”고 말했다. 봉은사를 찾은 설모(53)씨는 “딸이 아쉬움 없는 결과를 받았으면 좋겠다”며 합장했다.

17일 오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마무리되는 서울 서초구 서초고등학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애 타는 학부모, 종일 기도 후엔 마중 행렬

제2외국어와 한문을 제외한 모든 시험이 마무리되는 오후 4시 40분쯤을 앞둔 고사장 앞, 서서히 어둠과 추위가 깔리고 있는 사이 시험을 끝내고 나오는 학부모들과 가족, 친구들이 교문 앞에선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들은 “핸드폰이 없으니 이 앞에서 만나야 해”, “주황색 옷 입은 사람 보면 손 흔들면 돼” 등의 대화를 나누며 기다렸다.

수능을 마친 이들은 다소 긴장이 풀린 표정으로 시원섭섭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초구 서초고등학교에서 수능을 본 노모(18)군, 신모(18)군 등은 “아는 친구들이 많아서 생각보다 떨리지 않았고 모의고사를 본 느낌이다”라며 “집에 가서 가족들이랑 저녁 먹고 싶다”며 웃었다.

5교시 시험까지 마쳐 어둑해진 오후 5시 55분쯤,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고 앞에서도 50여명의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녀들이 나오자 학부모들은 그동안의 고생을 어루만지듯 포옹을 하거나 손을 잡아줬다. 이모(47·남)씨는 딸을 안으며 “장하다 내딸. 고생했어”라고 말했다. 최모(46)씨는 “지쳤을 것 같아 오늘은 집에서 맛있는 것을 먹이려고 한다”고 말하며 딸을 부등켜 안았다.

한편 경찰은 이날 수능 시험장 주변에 교통경찰과 기동대를 포함해 인력 1만163명을 배치했으며, 순찰차와 경찰 오토바이 1668대로 주변 교통 관리를 했다. 또 수험생을 위해 경찰 차량 태워주기(209건), 수험표 찾아주기(12건) 등 총 254건의 편의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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