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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이를 반대한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원리를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과잉 생산된 쌀의 시장격리(정부 매입)를 의무화하는 법이 작동할 경우 쌀 과잉 생산이 만연해지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당장은 농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쌀값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농민에게 도움이 안 될 것이라는 게 여당의 주장이다.
다만 이 법이 실제 현장에 적용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본회의 의결 직후 “농가와 농업의 미래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거부권 행사를 제안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법 통과 직후 “법률개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각계의 우려를 포함한 의견을 경청하고 충분히 숙고할 예정”이라고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양곡관리법 관련 논의가 일단락된다 하더라도 ‘민주당 주도 직회부→본회의 의결→대통령 거부권’의 과정은 당분간 반복될 예정이다. 민주당이 이미 간호법과 방송법을 직회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회의 입법권이 오히려 무력화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 역시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민주당이 정당 지지율 제고 전략으로 입법권을 남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면 국회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정당민주주의 훼손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회는 합의제로 운영하는 것이 원직인데, 민주당은 다수제로 운영을 하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