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도 남는 게 없네”…1분기 주요 저축은행 적자 전환

자산 1조 이상 32곳 분석, 순이익 약 4600억 줄어
이자수익 늘었지만 예금금리 경쟁에 이자비용 급증
페퍼·애큐온·HB·상상인·KB 100~200억대 순손실
  • 등록 2023-05-31 오후 5:55:12

    수정 2023-05-31 오후 9:13:55

서울의 한 저축은행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올해 1분기 저축은행의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고금리 국면에서 이자이익이 크게 늘었지만 이익 이상으로 이자비용 지출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두곳에 불과했고 절반 가량은 아예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저축은행중앙회가 공시한 1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작년말 기준 자산 1조원 이상 저축은행 32개사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926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 이들 저축은행은 384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때와 비교하면 약 4700억원이나 순이익 줄어든 셈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1분기 실적 공시에 앞서 지난달 27일 설명회를 열고 올해 1분기 실적이 부진을 예상한 바 있다. 당시 추산했던 1분기 전체 저축은행의 순손실 규모는 600억원이었다. 자산 상위 32개사의 합계 순손실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손실 규모가 더 커진 것이다.

1분기 실적 악화는 영업활동이 저조했기 때문은 아니다. 저축은행 32개사의 1분기 이자수익은 2조4033억원으로 1년 전(1조9386억원)보다 오히려 24.0% 증가했다. 지난해 1분기부터 시작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자체가 높게 형성되면서 이자수익이 늘어난 것이다.

다만 저축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 자체도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수신자금 조달 경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1분기 저축은행 31개사의 이자비용은 1조637억원으로 전년동기(4617억원)대비 130.4% 급증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대출 부실에 대비해 쌓은 충당금 규모를 약 700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저축은행 업계의 1분기 연체율은 전년말(3.4%)보다 1.7%포인트 상승한 5.1%로 2016년말(5.8%)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충당금을 많이 적립하면서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32개사 중 1분기 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13곳에 불과하다. 순이익이 증가한 곳은 OK저축은행과 푸른저축은행 뿐이다. OK저축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376억원으로 전년동기(267억원)대비 40.8% 증가했다. 푸른저축은행은 지난해 1분기 1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 55억원 순이익을 거둬 흑자 전환했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채권 매각 규모가 늘면서 환입한 영향이 있고 유가증권 배당금 수익이 반영된 일회성 요인”이라며 “선제적으로 손실흡수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충당금을 쌓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1분기 순이익 137억원으로 1년새 20.3% 줄었다. 웰컴저축은행은 81억원, 신한저축은행 70억원, 모아저축은행 51억원으로 같은기간 각각 70.0%, 17.6%, 57.5% 감소했다.

순손실 규모가 가장 큰 곳은 페퍼저축은행으로 1분기 253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이어 애큐온저축은행(-203억원), HB저축은행(-198억원), 상상인저축은행(-175억원)·대신저축은행(-175억원), KB저축은행(-126억원), JT친애저축은행(-106억원), 우리금융저축은행(-95억원) 등 순이다.

저축은행 업계는 1분기 실적이 나빠졌지만 충당금 설정 등으로 대비한 영향이 있고 향후 금융 환경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 등으로 2분기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올해 들어 조달금리가 낮아졌고 충당금 전입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면서 실적은 차츰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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