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 혀 깨문 죄’ 최말자씨 “국가 폭력에 평생 ‘죄인’ 꼬리표”

56년 만에 재심청구…1·2심 모두 기각
성폭행 남성 혀 깨물어 다치게 한 혐의
검찰 수사 단계서 구속돼 옥살이하기도
가해자보다 무거운 징역 10월에 집유 2년
“법원, 부끄러운 대한민국 법 체제 인정해”
  • 등록 2023-05-31 오후 8:42:55

    수정 2023-05-31 오후 10:45:39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문 죄(중상해죄)로 해당 남성보다 더 높은 형을 선고받은 최말자(77)씨가 재심 개시 촉구 탄원서를 통해 “이 사건은 전혀 사소하지 않다”며 “국가로부터 받은 폭력은 평생 죄인이라는 꼬리표로 저를 따라다녔다”고 말했다.

1964년 성폭력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고의에 의한 상해’로 구속 수사 및 유죄 판결을 받은 최말자 씨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탄원서를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1일 한국여성의전화는 최씨가 이날 오후 12시께 대법원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뒤 최씨와 그의 가족, 지인 등 20명의 자필 탄원서와 시민 참여 서명지 1만 5685장을 대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이날 제출한 탄원서에서 “그렇다면 모든 재판이 시대 상황에 따라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냐”며 “법원은 내 사건과 같은 재판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법 체제를 스스로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56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고 항소 역시 기각돼 할 말을 잊고 억장이 무너졌다”며 “대법원 역시 3년이란 시간이 흘러가고 있지만 답변을 주지 않아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 사건의 재심을 열어 명백하게 피해자와 가해자를 다시 정의하고 정당방위를 인정해 구시대적인 법 기준을 바꿔야만 여성 성폭력 피해자들이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1964년 성폭력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고의에 의한 상해’로 구속 수사 및 유죄 판결을 받은 최말자 씨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탄원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씨는 1964년 5월 6일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다치게 한 혐의로 부산지법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성폭행에 대항하고자 혀를 깨문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당시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최씨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구속돼 6개월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

해당 남성은 강간미수를 제외한 특수주거침입·특수협박 혐의로 최씨보다 가벼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는 56년 만인 2020년 5월 6일 재심을 청구했지만 1·2심인 부산지법과 부산고등법원은 “시대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판결이었다”며 이를 기각했다.

그는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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