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이창용의 파격 소통 행보…시장에 득일까, 실일까

이창용 총재, 과거 한은맨들과 달리 직설적 소통 행보
IMF식 주간 내부회의·블로그 운영에 임원진도 ‘초긴장’
이번주 공개될 금통위 의사록, 더 분명한 메시지 기대
시장에선 “불확실성 제거”vs “시장 충격” 엇갈린 평가
  • 등록 2022-06-07 오후 5:34:27

    수정 2022-06-07 오후 9:31:07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전임 총재와 모든 것이 다르다. 그전에 했던 것과 반대로 해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취임한 지 50일이 돼가면서 한은 내부 조직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모든 것이 신중했던 이주열 전 총재와는 다르게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화법을 구사하고 국제통화기금(IMF)식 회의 도입 등으로 한은 직원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뿐 아니다. 채권·외환시장에도 한은 총재 발언이나 한은의 정책이 미치는 영향력이 훨씬 커졌다는 평가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 달라진 업무 방식…“총재와 토론이 회의의 기본”


이 총재는 취임 이후 50일 만에 한은 내부와 외부 분위기를 모두 ‘긴장 모드’로 바꿔 놓았다. 우선 국제통화기금(IMF)식 내부 회의를 도입했다. 주요한 경제 현안을 주제로 놓고 구성원들이 토의하는 ‘서베일런스 미팅’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주 1회 ‘주간업무포럼’이란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다. 팀장급 이상 누구라도 회의에 참여할 수 있고 영상으로 배포돼 한은 직원 누구나 회의 내용을 알 수 있게 했다. ‘금리 인상기에 은행 수익성이 개선될까, 아닐까’ 등 각종 현안에 대해 보고서 초안이 논의되고 누구든 의견을 자유롭게 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한은 고위 임원들조차 “토론하고 의견을 교류하는 것이 기본적인 회의 분위기다 보니 총재 의견에 대해 무조건 동의하기보다는 자세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게 중요해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업무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한 임원은 “총재와 토론이 될 정도로 회의 사안에 대해 디테일하게 알고 있어야 하니 긴장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가 4월 21일 취임사에서 밝혔듯이 ‘one call way’, 즉 전화 한 통이면 몇 권의 책을 찾아 읽는 것보다 더 빠르게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IMF 직원들의 전문성에 감탄한 만큼 한은 직원의 전문성을 끌어 올리기 위한 방책 중 하나로 해석된다.

시장에도 분명한 정책 메시지…적응할 시간 필요할 듯

과거엔 어떤 식이든 ‘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게 한은의 기본 방침이었다면, 지금은 새로운 소통법과 시장 반응 간의 적응 과정에서 의도치 않는 시장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은 커뮤니케이션국은 IMF 블로그를 차용해 지난달 31일부터 금융·경제 주요 현안에 대한 임직원의 분석과 견해를 공유하기 위한 공식 블로그를 신설했는데 홍경식 통화정책국장이 게시한 글이 시장을 자극했다. 내용은 이미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서 발표한 자료를 국장급 인사가 재차 언급한 정도였다. 홍 국장은 “숙제를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마감일에 임박해서 밤을 새우게 되고, 그러면 숙제의 질도 떨어지고 몸도 많이 상하게 된 경험이 있다. 지난해 이후를 되짚어보면 통화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당 글을 게시한 5월 31일 단기물 지표인 3년물 금리가 3%대로 올라서며 시장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의 빠른 통화 긴축 등에 채권가격이 급락하는 국면에서 블로그 글이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한은은 블로그 글 업로드는 시장 거래가 끝난 오후 4시 30분 이후에 올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블로그와 수급 요인에 미 국채 금리 상승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국채 시장 약세장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7일에도 국고채 금리가 전일 대비 0.111%포인트 오른 3.232%를 나타내면서 2012년 7월 10일(3.22%) 이후 처음으로 3.2%대에서 마감했다.

시장참가자들은 한은의 통화정책 등에 대한 총재의 명확한 메시지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란 반응이지만,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던 과거 총재들과 다른 소통 방식으로 시장이 짊어질 충격도 커질 수 있단 경계감도 동시에 드러냈다. 국내 한 증권사의 채권 애널리스트는 “지난번 금통위 당시엔 이주열 전 총재와 비교될 만큼 시원시원한 화법이 긍정적으로 보였으나 최근 국고채 금리 급등 국면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평가도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국고채 3년물 금리 변동 추이. (자료=금융투자협회)


다만, 한은 측에서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단순히 시장 악재로만 평가하는 것은 비약이란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블로그 내용에 새로운 것이 없는데도 시장 악재라고 평가하는 것은 다소 핑곗거리처럼 비춰진다”면서 “글로벌 금리 급등시기란 점을 생각하면 ‘오비이락(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는 속담이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 취임 이후 달라진 한은의 소통법과 시장 파장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숙제로 남게 됐다.

이 총재도 소통의 적응기간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6일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제가 워낙 직접적으로 얘기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과거하고 많이 패턴이 다르다면 ‘이거 뭔가 하는 것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원론적이라고 하면 원론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며 “저도 (의사소통에) 조심하겠지만 제 스타일에 시장에서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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