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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초 서울시와 용산구청에 ‘서울 동자동 쪽방촌 정비사업을 위한 검토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에는 동자동 주민대책위 등 이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제안한 민간개발 방식의 자체 사업계획안 등을 검토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서울 동자동 쪽방촌 정비사업은 공공주택특별법을 근거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월 5일 서울역 쪽방촌 일대를 연내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로 인해 토지, 건물 등을 강제수용 당하게 된 일부 주민들이 현금청산 문제 등으로 반발하면서 사업이 한동안 답보 상태였다.
지난 8월에는 국토부가 면담을 통해 주민들이 제안한 상생개발계획안을 검토하기로 해놓고 면담이 끝나자마자 공공주택지구 사업 설명 안내문을 발송해 ‘말 바꾸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서울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그간 정부안보다 더 많은 임대주택이 포함된 상생개발계획안을 제시하고 대화를 시도했으나 묵살당해왔다”며 “지난 8~9월에는 국토부가 주민 제안을 검토하기로 해놓고 그대로 사업을 강행해 주민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민 “민간개발 원해”…국토부 “여러 가지 가능성 열어둘 것”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는 올해 안으로 국토부와 서울시, 용산구청에 쪽방촌 정비사업 대신 서울시의 역세권 공공임대주택 정비사업을 적용하는 것을 검토해달라고 제안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민간 사업자에게 용도지역을 상향해주거나 용적률을 추가로 높여주는 대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게 하는 방식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서울시가 역세권 주택 규제를 완화하면서 서울역 인근에도 이 사업을 적용할 수 있게 됐다”며 “전문 업체에 의뢰해 검토한 결과 우리 구역에 합당한 사업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을 짓되 일방적인 강제수용 방식으로 현금청산하지 않으면 된다는 게 주민대책위의 의견”이라며 “현재 동의서를 받고 있지만, 서울시·용산구청 등에서 더 좋은 상생개발안을 제시한다면 이 방안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협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토부도 민간개발 불가 방침에서 태세를 전환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비사업의 경우 국토부뿐만 아니라 관할 지자체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서울시와 용산구청에도 검토 협조를 요청했다”며 “현재 여러 가지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이어 “연내 지구 지정을 추진하고 있긴 하지만 그 전에 주민들이 민간개발안을 제안하면 이를 검토하고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주민들과 합의점을 찾아 불합리한 현금청산 문제 등을 개선하고 완화된 규제 대신 기부채납을 통해 공공임대주택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면 쪽방촌 거주민들과 토지주, 정부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