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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조모(36)씨도 이달 들어 적금 만기액 3000만원을 신용대출 상환에 그대로 썼다. 조씨는 “한국은행이 다음 주 빅스텝을 밟으면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연내 9%가 될 수 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면서 “지금도 대출 이자에 허덕이고 있는데 더 오른다고 하니 비상금도 빼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미국발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신규 상품이 연 8%를 넘어서자 기존 차주들의 빚 상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30일 기준 신용대출은 전달보다 2조519억원 줄어든 125조5620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용대출은 지난해 12월(139조5572억원)부터 10개월 연속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가중평균금리는 6.24%로, 2013년 7월(6.25%) 이후 9년 1개월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1주일새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4.903∼6.470%에서 5.108∼6.810%로 인상되면서 4%대 금리는 이미 사라졌다.
시장에선 은행 신용대출 최고금리가 조만간 9%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은 오는 11월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 12월에는 빅스텝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빅스텝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 상단은 이미 연 8%를 넘어섰다. 신한은행의 ‘쏠편한 직장인대출’은 최고금리 8.12%를 기록했다. 하단도 7.22%로 7%를 넘겼다. KB국민은행의 신용대출 상품인 ‘KB 직장인든든 신용대출’의 최고금리는 연 7.10%로 나타났다. 아무리 신용등급이 좋더라도 6~7%대 신용대출 이자 비용을 피할 수 없는 지점에 이른 것이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취약 차주들이 부담하던 금리를 지금은 우량 차주들이 감내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은행권에서도 최근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부터 상환하려는 차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주식 투자용으로 신용대출을 받은 고객들은 최근 주식시장이 좋지 않아 투자 의지가 줄었을 뿐 아니라 고금리가 된 마이너스통장이나 신용대출을 상환하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상황”이라면서 “과거 증시 활황 시기에는 신용대출이나 주담대 대출을 받아서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런 현상이 사라진 것 또한 대출 잔액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