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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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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17일부터 연합훈련... “전작권 전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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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 'UFS' 연습 17일 시작…야외 실기동 훈련 14건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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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전방군단 ‘미사일화’…전술핵 동원 대남 420㎞ 화력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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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교·생도 64% "사관생도 자질 낮아져"…흔들리는 ‘엘리트 장교 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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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관학교 합치면 '쿠데타'가 사라질까[김관용의 軍界一學]
    사관학교 합치면 '쿠데타'가 사라질까
    김관용 기자 2026.08.08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쿠데타를 무려 세 번이나 한 중심이 육사인데 한 번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을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하면서 육군사관학교를 향해 한 말입니다. 대통령이 사관학교 개편과 과거 군사 쿠데타의 역사를 직접 연결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부가 내세운 사관학교 통합 명분은 미래전 대비와 합동성 강화였습니다. 인공지능(AI), 드론과 로봇, 우주·사이버 영역까지 전장이 확대되고 육·해·공군이 따로 싸우는 시대가 저무는 만큼 생도 때부터 함께 교육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습니다.하지만 대통령이 ‘육사의 쿠데타 책임’을 직접 언급하면서 통합 논의의 성격이 달라졌습니다. 미래 군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장교 교육개혁이 과거 군의 정치개입에 대한 책임 추궁과 뒤섞이게 됐기 때문입니다. 사관학교 통합에 반대해 온 이들이 주장하는 ‘육사에 대한 정치적 징벌’이라는 비판에 대통령 스스로 빌미를 준 모양새입니다.대한민국 현대사에서 군의 정치개입이 민주주의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5·16과 12·12를 거쳐 12·3 비상계엄 사태까지 군이 정치에 개입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대한민국은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육사 출신들이 이를 주도했던 역사 역시 외면해서는 안됩니다.지난 2월 20일 충남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임관식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하지만 대통령의 말처럼, 사관학교를 합치면 쿠데타가 정말 사라질까요.◇위기의 사관학교육사라는 학교가 존재했기 때문에 쿠데타가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특정 출신 집단이 군의 핵심 지휘·정책 보직을 장기간 차지하고 강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그것이 정치권력과 결합할 수 있었던 구조가 더 본질적인 문제였습니다. 그렇다면 개혁의 칼끝은 학교의 간판보다 그 구조를 향해야 합니다.그렇다고 지금의 사관학교 체제를 그대로 두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사관학교는 분명 위기입니다. 겉으로는 수십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지만 군 안팎에서는 지원자들의 질적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습니다. 과거 최상위권 학생들이 경쟁하던 사관학교의 합격선이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입학한 뒤 학교를 떠나는 생도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자발적으로 퇴교한 생도만 육사 77명, 공사 52명, 해사 15명에 달했습니다.직업군인의 매력이 떨어진 외부 요인 때문 일 수 있습니다. 낮은 처우와 격오지 근무, 잦은 당직과 야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젊은 세대에게 군인의 삶을 선택하라고 요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관학교 내부에도 문제가 없는게 아닙니다. 일반 대학과 동떨어진 강한 생활통제와 훈육, 현역 장교와 모교 출신 중심의 교수·지휘 구조,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오늘날 청년들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교육환경인지 되돌아볼 때가 됐습니다.특히 사관학교의 ‘순혈주의’는 오래된 숙제입니다. 같은 학교를 졸업한 장교가 다시 모교에서 후배를 가르치고 훈육하며 이 구조가 반복됩니다. 전통을 유지한다는 장점은 있지만 조직의 개방성과 다양성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같은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후배를 키우면 새로운 생각이 들어올 공간은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때문에 통합론자들이 제기하는 문제의식 중 수용할 것은 수용해야 합니다. 각 군 사관학교가 비슷한 교양과 기초과목을 각각 교육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생도들이 처음부터 육·해·공군으로 나뉘어 4년을 생활하는 것이 합동작전 시대에 적합한지, 민간 교수와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해야 하는지 등을 원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軍 인사시스템 개혁이 우선그러나 사관학교 교육개혁보다 더 근본적으로 손 봐야 하는게 군의 인사 시스템입니다. 군에서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어느 지휘관 밑에서 근무했는지, 어떤 보직을 거쳤는지는 오랫동안 진급과 보직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육사 출신이 주요 지휘관과 정책부서의 핵심을 차지해 온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육사 출신이 많이 진급한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더 많이 진급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출신이 능력을 대신할 때 입니다. 비육사 출신 장교가 아무리 뛰어나도 올라갈 수 있는 자리에 한계가 있다고 느끼고, 특정 출신에게 주요 보직과 진급 기회가 구조적으로 집중된다면 군에는 계급장 이외에 ‘출신’이라는 또 하나의 계급장이 생깁니다. 이는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군의 정치적 중립에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육군사관학교 제82기 졸업식 모습 (사진=뉴시스)특정 출신이 군 지휘부를 장기간 장악하면 자연스럽게 강한 인적 네트워크가 만들어집니다. 정치권력이 그 네트워크를 이용하거나 군 내부의 일부 세력이 정치권력과 결합할 가능성 역시 커집니다. 따라서 쿠데타의 재발을 정말 막으려 한다면 사관학교를 없애는 것보다 특정 출신이 군의 핵심을 독점하기 어려운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육사든 ROTC든 3사든 학사장교든 임관한 이후에는 같은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보다 어떤 임무를 수행했고 얼마나 전문성을 갖췄으며 어떤 지휘능력을 보여줬느냐가 진급의 기준이 돼야 합니다. 다양한 출신이 지휘부를 구성하는 것 자체가 군 내부의 견제와 균형이 될 수 있습니다.◇역사적 책임 승계가 軍 개혁?사관학교 개혁은 필요합니다. 높은 경쟁률이라는 숫자에 안주해서도 안됩니다. 우수한 인재가 들어오지 않고 선발한 생도마저 떠난다면 장교단의 미래를 걱정해야 합니다. 폐쇄적 교육구조와 순혈주의, 시대에 뒤처진 훈육 방식이 있다면 과감하게 뜯어고쳐야 합니다. 합동교육과 민간의 참여 역시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통합도 그 과정에서 검토할 수 있는 수단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순서를 뒤집어서는 안됩니다. 먼저 대한민국이 어떤 장교를 필요로 하는지 정하고, 그 장교를 어떻게 길러낼지 설계한 뒤 필요하다면 통합하는 것입니다. ‘육사가 쿠데타를 했으니 합친다’는 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 과거에 대한 책임 규명과 미래 장교단을 만드는 교육개혁은 구분해야 합니다. 책임져야 할 사람이 있다면 법과 제도에 따라 책임을 물으면 됩니다. 현재의 학교와 후배 생도들에게 과거의 역사적 책임을 승계시키는 것은 군 개혁의 논리가 될 수 없습니다.군의 정치적 중립 역시 학교 세 곳을 하나로 만든다고 완성되지 않습니다. 출신이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고, 특정 집단이 군의 핵심을 독점하지 못하며, 군인이 정치권력이 아닌 헌법과 국가에 충성하는 조직을 만드는 것이 군사반란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는 근본적인 해법일 것입니다.
  • 탄피 찾다 하루 끝…육군, 사격훈련 개혁 어디까지 왔나[김관용의 軍界一學]
    탄피 찾다 하루 끝…육군, 사격훈련 개혁 어디까지 왔나
    김관용 기자 2026.03.07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군 사격훈련에서 한때 가장 중요한 과업은 ‘사격’이 아니라 ‘탄피 찾기’였습니다. 훈련 중 탄피 하나라도 사라지면 사격은 즉시 중단됐고, 사격장은 순식간에 수색 현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장병들은 사격보다 바닥을 뒤지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이 때문에 많은 부대는 소총에 ‘탄피받이’를 장착한 채 사격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이는 탄피가 튀어 나가지 않도록 잡아주는 장비입니다. 그러나 이 장비는 실제 전투에서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탄피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약실이나 노리쇠 사이에 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실전과 동떨어진 훈련이라는 지적이 이어진 이유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육군은 2024년 ‘사격훈련 실전성 제고’를 내세워 교육훈련 체계 개편에 착수했습니다. 실전에서 사용하지 않는 장비와 절차를 과감히 줄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개혁의 출발점은 탄피 관리 규정이었습니다. 육군은 규정 제46조의 ‘탄피 100% 회수’ 문구를 ‘회수한 탄피 반납’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했습니다.이에 따라 특전사와 군단 특공부대, 전방 사단 수색대대 등을 중심으로 탄피받이를 사용하지 않는 사격훈련을 시범적으로 실시했습니다. 시범 운영 결과를 토대로 제도 보완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탄피 100% 회수’ 규정 못없애그러나 탄피 관리 규정 개정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탄약 관리와 장병 안전 문제가 결정적인 이유였습니다. 사격장에서 탄피 수량을 정확히 확인하는 절차는 실탄 유출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관리 기준입니다. 특히 사격장이 숲이나 야지에 위치한 경우 탄피 분실 가능성이 큽니다. 탄피 수량이 맞지 않으면 실탄이 외부로 유출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워집니다.탄피받이 없는 사격 훈련 모습. 사격 위치에 매트를 깔아 탄피를 쉽게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출처=국방일보)사격장 환경도 변수였습니다. 일부 사격장은 잔디나 수풀이 많아 탄피를 찾기 어렵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관리 기준을 완화 할 경우 오히려 탄약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습니다.탄피 규정 개정은 멈췄지만, 사격훈련 방식 자체는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사격술 훈련은 50·100·200m 거리별 표적이 일정한 순서로 등장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사수는 표적이 언제 어디에서 나타날지 미리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숙달 훈련에는 유용하지만 실제 전투와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이에 육군은 ‘무작위 임의표적’, 이른바 돌연 표적 사격을 도입했습니다. 표적이 임의의 순서로 나타나도록 해 전투 현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한 방식입니다. 또 근접전투 사격 훈련도 확대했습니다. 적과 예상치 못한 거리에서 갑작스럽게 마주치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입니다.일부 부대에서는 분대 단위 지정 사수 운용 개념도 도입했습니다. 원거리 조준경을 장착한 보병 분대 소총수를 사실상 지정 사수로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현대전에서 분대 단위 정밀 사격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입니다.탄피 관리 규정이 유지되면서 육군은 다른 해법을 찾고 있습니다. CCTV 설치와 매트 도입 등 사격장 환경 개선입니다. CCTV를 통해 탄 사용과 회수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사격장 바닥에 매트를 설치해 탄피가 흙이나 수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방식입니다. 이처럼 사격장 현대화가 진행된 일부 부대에서는 현재도 탄피받이 없이 사격훈련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육군 설명입니다. 특공연대 장병들이 개선된 훈련방법에 따른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육군)◇“개인 사격술, 보병 전투력의 근간”첨단 무기체계와 네트워크 중심전, 인공지능 기반 전장관리체계가 강조되는 시대에 웬 개인 사격술이냐 하겠지만, 개인의 사격 능력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미 육군 교범은 개인화기 사격훈련 관련 내용에서 “개인의 사격술이 보병 살상력(전투력)의 근간(Individual marksmanship is the foundation of infantry lethality)”이라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상전의 최종 승패는 적을 정확히 조준해 무력화할 수 있는 개별 보병의 숙련도에 달렸다는 본질을 설명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정지 표적 사격만이 아니라 △이동 △상황 판단 △다수 표적 대응을 포함한 전투사격 개념을 제시합니다. 도시전 경험이 많은 이스라엘군 역시 근거리 교전 상황을 가정한 사격훈련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갑작스럽게 적을 마주치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 일반적입니다. 사격과 이동, 엄폐, 팀 단위 전술이 동시에 이뤄집니다. 육군의 사격훈련 개혁은 아직 진행형입니다. 돌연표적 사격과 근접전투 사격, 분대 지정사수 운용 등 변화는 분명 의미 있는 시도입니다. 하지만 훈련 방식만 바뀐다고 해서 실전성이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사격장 환경, 탄약 운용, 안전 규정, 평가 방식 등 제도와 인프라가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특히 우리 군 사격훈련은 여전히 ‘점수 중심’ 문화가 강합니다. “사격 1급 몇 명 나왔느냐”가 부대 성과처럼 여겨집니다. 사격 점수는 개인 숙련도를 측정하는 지표가 될 수는 있지만 전투력 그 자체는 아닙니다. 실제 전투에서는 정지 표적을 정확히 맞히는 능력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얼마나 빠르게 표적을 식별하고 대응할 수 있는지, 그리고 분대 단위 전술 속에서 화력을 운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최근 전장의 변화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타난 소형 드론과 근거리 무인기 위협은 보병 개인의 사격 능력과 대응 속도를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우리 군의 사격훈련이 단순히 ‘총을 쏘는 훈련’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 침상마다 칸막이·화장실 밖 세탁기…육군은 '공간력' 실험중[김관용의 軍界一學]
    침상마다 칸막이·화장실 밖 세탁기…육군은 '공간력' 실험중
    김관용 기자 2026.02.28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공간은 행동을 바꾼다. 그리고 문화를 만든다.”육군이 최근 공을 들이고 있는 ‘공간력(空間力)’ 개념의 출발점입니다. 단순히 낡은 건물을 보수하거나 도색하는 수준을 넘어, 장병이 생활하고 훈련하고 소통하는 모든 공간을 전략적으로 설계해 전투력과 조직문화를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발상입니다. ◇육군 “공간은 과소평가된 전력 요소”육군의 공간력 정의는 이렇습니다. 사람을 모으고 머물게 하는 공간의 매력이 곧 힘이고, 공간 개선을 통해 장병을 모으고 머물게 해 소통과 변화, 단결을 촉진하는 역량입니다. 환경미화가 아니라 ‘전투력과 직결된 인프라 혁신’이라는 얘기입니다.공간력 사업을 통해 개선된 11사단 시범부대의 쉼터에서 장병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육군)육군은 공간을 ‘가장 핵심적이지만 가장 과소평가된 요소’라고 판단했습니다. 좁고 어두운 공간은 행동을 위축시키고 사기를 저하시키지만, 반대로 밝고 개방적인 공간은 협력과 집중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군에서 공간의 의미는 더욱 직접적이라는 설명입니다. 좋은 생활·교육·훈련 환경이 교육 몰입도와 무기 숙련도를 높이고, 사기와 단결력을 강화해 궁극적으로 전투력 상승으로 이어진다는게 육군의 판단입니다. 공간은 복지 차원이 아니라 ‘전력 요소’라는 얘기입니다.실제로 공간은 구조를 바꾸고, 구조는 문화를 바꾼다는 명제는 일부 증명됩니다. 영국 킹스데일 고등학교 사례는 공간 개선 이후 무단결석 감소, 시험 합격률 증가, 우발적 사고 90% 감소라는 수치를 제시했습니다. 민간은 이미 공간을 전략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공간혁신을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학교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도 매년 공간혁신 우수사례집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공간력 사업, 2036년까지 전 대대 확대이에 따라 육군도 수도방위사령부와 미사일전략사령부, 36사단 등에서 일부 공간력 혁신을 추진했습니다. 기존 화장실에 세탁기를 두던 것에서 탈피해 세탁 공간을 분리시키고 이를 민간 세탁시설 수준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활용도 낮은 다용도실을 개방형 소통 공간으로 전환하는가 하면, 도서관·체력단련실·의무실의 조도·동선·가구 배치 개선을 통해 이용률과 체감 만족도를 향상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4개 대대의 사고발생 건수가 기존 110건에서 59건으로 46% 감소했고, 인력획득도 기존 10명 수준에서 25명으로 증가했다는게 육군 설명입니다. 공간력을 통해 개선된 11사단 시범부대의 생활관 침실 공간의 모습. 현재는 6인 1실로 장기적으로는 4인 1실로 바뀔 예정이다. (사진=육군)공간력을 통해 개선된 11사단 시범부대의 생활관 침실 외부 공간 모습 (사진=육군)공간력을 통해 개선된 11사단 시범부대의 생활관 전투준비실 모습. 과거에는 군장 및 장구류도 개인 침상에 비치했지만, 혁신 사업을 통해 별도 공간으로 분리됐다. (사진=육군)지난 25일 찾은 육군 공간력 혁신 시범부대 중 하나인 11기갑사단 예하 철마대대는 개인 휴식 및 취침 공간과 전투 장구 착용 등의 임무 공간을 분리해 완전히 다른 병영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TV와 공용 의자·테이블, 전투장구 비치 장소와 침실을 분리시킨 것입니다. 또 개인 침상 마다 버티컬을 설치해 독립 공간을 보장하는가 하면, 병영생활관 조도를 높여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부대 행정실 역시 민간 회사 수준의 사무실 배치와 조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육군은 2036년 완료를 목표로 공간력 혁신 10개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215억4000만 원을 투입해 7개 시범부대를 외부 전문업체 주도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설계 단계부터 해당 부대 장병이 참여하는 ‘사용자 중심’ 방식입니다. 이후 2027년부터 2036년까지 매년 30개 부대씩, 총 797개 대대급 부대를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해 확대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우려와 괴리, 투자 우선순위 논란도그러나 일부 현장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공간력 취지는 이해하지만, 예하부대에서는 없는 예산을 끌어다 쓰거나 간부들이 직접 도배·용접·페인트 작업까지 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됩니다. 육군참모총장의 지휘 방침을 따르느라 일부 지휘관들이 예산을 먼저 확보하기보다 자체적으로 공사를 서두르거나, 간부들이 사실상 ‘인테리어 인력’처럼 동원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육군 측은 “공간력 사업은 해당 부대 요구사항을 종합해 외부 전문업체를 통해 설계·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해명합니다. 지휘 의도와 현장 집행 사이의 괴리로 해석되는 대목입니다. 공간력을 통해 개선된 11사단 시범부대의 세탁방에서 장병들이 대기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 뿐만 아니라 휴식 공간이 함께 마련돼 민간 세탁방 이상의 수준을 자랑한다. (사진=육군)공간력을 통해 개선된 11사단 시범부대의 세탁방 모습 (사진=육군)사실 상급 지침이 내려오면 현장에서는 이를 지금 당장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산이 본격 반영되기 전 단계에서 자체 개선을 서두르거나, 보여주기식 정비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전문업체 시공과 예산 반영을 전제로 하는 제도적 사업인지, 아니면 부대별 자율적 환경정비 경쟁으로 변질되고 있는지,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재확인과 현장 점검이 필요합니다. 안 그래도 빠듯한 국방 예산 상황에서 공간 개선에 재원을 투입하는 것은 낭비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력 증강, 장비 현대화, 훈련 강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 시점에 ‘공간’에 예산을 쓰는 것이 적절하냐는 문제 제기입니다. 육군은 공간 개선이 장비 투자와 대립되는 항목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장비 숙련도와 훈련 몰입도, 사고 예방은 결국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논리입니다. 안전한 체력단련 환경은 부상 감소로 이어지고, 쾌적한 교육 환경은 숙련도 향상으로 연결되며, 안정된 생활 환경은 간부 이탈률 감소와 인력 확보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공간력을 통해 개선된 11사단 시범부대의 쉼터에서 장병들이 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육군)◇“강한 육군, 무기에서만 나오지 않는다”공간력 사업이 전투력에 실질적 영향을 미친다는 정량적 지표와 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는다면, 예산 낭비라는 비판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사고 감소, 인력획득 증가, 민원 감소, 부대 만족도 등이 수치로 입증된다면 투자 논리는 힘을 얻게 됩니다. 결국 제기되는 문제점의 핵심은 공간력 사업은 전투력과의 직접적 연계성, 성과 검증 체계, 본연 임무에 부담을 주지 않는 집행 방식 등에 좌우될 가능성이 큽니다. 육군이 강조하는 공간력의 취지가 현장에서 전투력 향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그 비용이 타당한지에 대한 검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그래도 육군의 이번 실험은 나름의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을 존중하는 공간, 머물고 싶은 공간, 소통이 자연스러운 공간은 사기와 신뢰를 만들고 신뢰는 전투력으로 환산될 것이라는 철학적 고민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강한 육군은 무기에서만 나오지 않고, 결국은 사람을 품는 공간에서 시작된다는 명제가 어떻게 증명될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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