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노동조합의 파업 철회이후 수그러들었던, 노동계 동투(冬鬪·겨울투쟁)를 둘러싼 위기감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조합원 3만8618명의 한국통신 노동조합은 6일 밤 파업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한전 노조의 파업은 철회됐으나 한국통신, 금융계로 이어지는 "줄파업"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통노조는 7일 열리는 1차 쟁의대책위원회에서 향후 구체적인 투쟁수위 및 투쟁방침을 확정할 예정이다. 노조는 국회 상임위에 계류중인 전기통신사업법 중 공동시설사용의 의무화 관련 조항과 단말기 사업 등 겸업 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외국인 소유지분 한도 확대(33% → 49%)방안에 대해서도 현수준을 유지해 주도록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반대한다는 입장도 밝히고 있다. 노조의 요구를 감안하면 단순한 노사간 대립이 아닌 노조-정부간 대결구도로 급격히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초대형 노조인 한통의 파업결의는 다른 노조의 행동수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국전력 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것을 계기로 노동계 동계투쟁이 퇴조기미를 보였으나 한국통신의 파업결의를 기점으로 노사 대립이 다시 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통신이 파업에 나설 경우 전체 노동계의 투쟁열기는 급속히 되살아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국통신뿐 아니라 데이콤도 6일 직장폐쇄라는 초강경조치를 단행했다. 이에대해 노조는 이날 회사측의 직장폐쇄조치에 맞서 강경대처방침을 밝히고 나서 대립수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대우자동차는 인력감축방안을 둘러싸고 노사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한빛 조흥 서울 평화 광주 경남 제주은행 등 7개 시중 및 지방은행 노조 대표들은 정부가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강행할 경우 오는 18일 2차 금융파업을 실시하기로 내부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8일 총파업 선언을 하고 18일부터는 7개 은행이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정부가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노조가 실제 파업으로 치닫고 자칫 연말을 앞두고 "금융대란"이 발생할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6일 산하 사업장노조 가운데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22개 노조 4만2000여명의 조합원이 파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파업 직전 극적으로 쟁점을 타결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6일 회사측과 주요쟁점 절충에 성공, 파업을 철회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은 오는 8일로 예정됐던 파업을 유보하고 단체교섭을 더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어쨌든 이같은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겨울투쟁은 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전의 파업 철회이후 관심권에서 멀어졌던 노동계의 줄파업 문제에 시장참여자들의 경계심리가 팽배해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시가총액 비중이 큰 한국통신의 "파업 가능성 예고"는 한국통신이라는 한 종목의 부침뿐 아니라 시장전반의 가격형성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리얼타임 IT전문 뉴스서비스업체인 inews24(www.inews24.co.kr)에 따르면 통신업계에서는 한국통신과 데이콤 노조의 움직임이 통신업계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현재 기간통신사업자 가운데 노조가 결성된 곳은 한국통신과 데이콤, SK 텔레콤, 신세기통신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파업 등의 노사갈등을 우려할 만한 노조는 한국통신과 데이콤 외에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