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원서 발견된 토막 시신...'게임 왕국'에 고립된 그는 왜 [그해 오늘]

서울대공원 인근 주차장서 떡하니 발견된 토막 시신
노래방 도우미 갈등으로 살인 저지른 변경석
'우발적 살인'이지만 끔찍한 범행 수법에 남은 의문점
  • 등록 2024-11-02 오전 12:01:02

    수정 2024-11-02 오전 12:01:02

[이데일리 김혜선 기자] 2018년 11월 2일. 자신의 노래방 손님을 살해하고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해 서울대공원 인근에 유기한 변경석(당시 34세)에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변씨는 일면식 없던 손님을 우발적으로 살해했지만, 이후 시신을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유기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여 그의 범행 동기에 대한 많은 의혹이 쏟아졌다.

지난 2018년 8월 29일 검찰에 송치돼 안양시 안양동안경찰서를 빠져나오는 변경석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살인 사건이 일어났던 변씨의 노래방은 그의 고립된 ‘왕국’ 이었다. 변씨는 대학 졸업 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2018년 봄부터 부모의 집에서 독립을 했고, 알뜰하게 모은 2500만원과 부모에게 받은 500만원으로 작은 노래연습장을 인수 받아 그곳에서 생활을 시작했다. 변씨는 노래연습장을 최소한으로 운영하면서, 노래방 1호실에 모니터 3대를 설치하고 자신만의 ‘게임방’을 만들었다.

그런데 거의 매일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던 변씨는 점점 노래연습장 운영에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러던 중 2018년 8월 10일 새벽, 피해자 A씨(당시 49세)가 노래연습장에 방문했다. A씨는 노래방 도우미가 제대로 놀아주지 않는다며 변씨와 말다툼을 벌였다. 화가 난 A씨가 도우미 불법 영업으로 신고하겠다고 하자, 변씨는 그동안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게임을 하던 생활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빠졌다. 이에 변씨는 A씨에 흉기를 여러 차례 휘둘러 숨지게 했다.

범행 이후 변씨의 행적은 의문점 투성이다. 별다른 원한 관계가 없던 A씨의 시신을 토막낸 변씨는 서울대공원 인근 주차장으로 향했다. 사람이 자주 오가는 등산로에서도 불과 몇 미터 떨어진 장소에 시신을 유기한 변씨는 그대로 현장을 떠났다. 당연히 시신은 9일 뒤 한 공원 관리인에게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고, 변씨는 이틀 만에 붙잡혔다. 어설픈 범행 은폐 시도에 일각에서는 변씨에게 ‘지능 문제’가 있거나, 범행 과시 목적으로 시신을 유기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검찰은 변씨가 범행 후에도 게임을 하는 등 일상 생활을 유지한 점을 들어 그가 생명을 지극히 경시하고 있으며, 범행 수법도 잔혹해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 재판부는 “손님과 도우미 문제로 다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피해자를 살해한 행위는 절대 합리화될 수 없다”면서도 변씨가 이전에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점,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즉시 항고했지만 항소심에서도 “범행 결과는 끔찍하지만, 계획적으로 이뤄진 범행은 아니다”며 “피고인도 범행 이후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보여,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더 높은 형을 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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