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내부동산 코어플랫폼 펀드' 모집에…운용사들 머리 싸맨 이유

코어전략 가능 ''뉴 이코노미 섹터'' 비중 30% 이상
오피스·리테일 등 기타자산, 전체 자산서 70% 이하
데이터센터 제외시 투자대상 한계…딜소싱 어려워
시장규모 협소…최소 목표수익률 8.3% 달성 ''난관''
  • 등록 2025-01-08 오전 7:13:02

    수정 2025-01-08 오전 7:13:02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오는 3월 국민연금공단이 국내 부동산투자 관련 코어플랫폼 펀드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인 가운데 지난달 제안서를 접수한 자산운용사들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내린 지침(가이드라인)에 코어투자전략 실행이 가능한 국내 ‘뉴 이코노미 섹터’가 전체 자산구성의 3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서다.

‘뉴 이코노미 섹터’는 국내 시장규모가 크지 않아서 운용사들이 ‘딜소싱’(투자처 발굴)과 ‘최소 목표수익률 8.3%’ 기준을 맞추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사진=국민연금공단)
코어전략 가능 ‘뉴 이코노미 섹터’ 비중 30% 이상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모집 중인 국내 부동산 코어플랫폼 펀드 위탁운용사에 이지스자산운용, 삼성SRA자산운용, 코람코자산운용, 퍼시픽투자운용, JR투자운용, 교보AIM자산운용, 페블스톤자산운용, 캡스톤자산운용 등이 지원했다.

제안서 접수는 지난달 20일 마감됐다. 국민연금은 1차 제안서심사, 2차 현장실사 및 구술심사를 진행한 다음 오는 3월 펀드를 최종 선정한다.

1차 제안서심사는 약 6~10주간 진행될 예정이지만 내부 사정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1차 제안서심사에서는 최종 선정할 운용사 수의 2배수 이내로 선정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각 단계별로 선정된 운용사에 개별 통지한다. 최종적으로 3개사 이내 운용사에 개별 통보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의 위탁운용 금액은 7500억원 이내며, 펀드별 2500억원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제안할 수 있다.

투자기간은 펀드 설립일로부터 3년 이내(1년 이내에서 1회 연장 가능)며, 펀드 만기는 10년 이내(2년 이내에서 연장가능)다.

국민연금은 이번 운용사 모집을 하면서 투자대상에 코어투자전략 실행이 가능한 국내 ‘뉴 이코노미 섹터’를 포함해야 한다는 지침(가이드라인)을 내렸다.

‘코어투자전략’은 저위험 저수익의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전략이다. 핵심 지역에 위치한 오피스, 리테일, 주거 등의 섹터로 안정적인 임대 수익이 기대되는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뜻한다.

여기서 ‘뉴 이코노미 섹터 지침’이란 데이터센터, 도심형 물류, 셀프 스토리지(물품 보관시설을 임대하는 상업용 부동산), 라이프 사이언스(생명과학) 등 새로운 부동산 투자영역이 전체 자산구성의 3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료=‘2024년 국민연금기금 국내 부동산투자 위탁운용사 선정계획 공고’ 일부 캡처)
국민연금이 ‘뉴 이코노미 섹터’를 내건 이유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 시장 성장, 인구구조 변화 등을 포함한 산업·경제의 중장기적 성장 전략 차원에서 선제적 투자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기금의 국내 부동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밖에 오피스, 리테일 등 기타 자산은 전체 자산에서 70% 이하여야 한다. 국민연금에 제출할 트랙레코드(투자 실적)에 뉴 이코노미 섹터가 많이 포함된 운용사가 선정 과정에서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규모 협소…최소 목표수익률 8.3% 달성 ‘난관’

업계에서는 입찰에 참여한 운용사들이 ‘딜소싱’(투자처 발굴)과 ‘수익률’ 측면에서 고민을 많이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고문을 보면 “주거용 부동산은 취급 불가하다”고 적혀 있어서 사실상 투자 대상은 상업용부동산에 국한된다.

그런데 한국에서 투자할 만한 상업용부동산은 대부분 오피스, 물류센터, 호텔, 리테일 등이고 ‘뉴 이코노미 섹터’는 데이터센터를 제외하면 투자할 곳이 많지 않다는 의견이다.

주거용 부동산은 취급 금지라고 돼 있어서 ‘1인 가구 증가’를 반영한 신규 부동산 상품인 ‘코리빙’ 등 공유주거시설 투자는 불가능하다. 셀프 스토리지, 라이프 사이언스라는 영역도 있지만 한국에는 이들 상품은 국내 시장이 거의 없다는 분석이다.

‘셀프 스토리지’란 매월 일정 금액을 받고 짐을 창고 공간에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집이 좁아서 짐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한 1인 가구가 대안으로 이용하는 서비스다. 한국은 셀프 스토리지 시장 규모가 1000억원 미만으로 추정돼서 아직 걸음마 단계다.

딜소싱도 문제지만 수익률 문제도 있다. 국민연금의 코어플랫폼 펀드는 최소 목표수익률이 순 내부수익률(Net IRR) 기준 8.3%다. 이 수익률은 관리보수, 성과보수 등 각 보수를 차감한 후 기준이다.

다만 뉴 이코노미 섹터에 해당하는 자산들은 시장이 생긴 지 얼마 안 돼서 투자기간(설립일로부터 후 3년) 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예컨대 실버타운(노인복지주택)의 경우 정부가 ‘분양형 실버타운’을 작년에 허용했기 때문에 기존에 있는 상품은 대부분 ‘임대형’이다.

[표=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분양형 실버타운’은 일반 주택처럼 거주자가 주택 소유권을 가지며, 개인 간에 사고파는 것이 가능하다. 분양형은 임대형에 비해 투자금 회수기간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유권을 취득할 입소자가 ‘만 60세 이상’으로 한정되는 만큼 매각에 제한이 있다.

셀프 스토리지, 라이프 사이언스 등도 국내 투자시장이 많지 않아서 ‘투자수익률 8.3% 달성’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상업용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코어플랫폼 펀드 위탁운용사로 코람코자산운용, 캡스톤자산운용, 퍼시픽투자운용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있다”며 “퍼시픽투자운용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많이 해서 가능성 높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코람코자산운용은 앞서 국민연금이 모집한 국내 부동산 대출형 펀드 위탁운용사에도 선정됐다”며 “이번에 코람코자산운용이 코어플랫폼 펀드에도 선정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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