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정망 먹통 이어 수소 대란, 인프라 투자 소홀 대가다

  • 등록 2023-11-27 오전 5:00:00

    수정 2023-11-27 오전 5:00:00

정부 행정전산망이 갑자기 마비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차량 연료용 수소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둘 다 국민 생활과 경제 활동에 인프라가 되는 것이어서 막대한 불편과 피해가 초래되고 있다. 또한 둘 다 평소 투자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겪지 않아도 되는 일이라는 점에서 인프라 정책과 관리체계를 돌아보게 한다.

행정전산망 마비는 지난 17일 지방자치단체 행정망을 시작으로 22일 주민등록 시스템, 23일 조달청 전산망, 24일 모바일 신분증 웹사이트와 앱에 이르기까지 모두 4차례 발생했다. 정부가 태스크포스를 꾸려 긴급 대응에 나섰지만 원인 규명에만 여러 날이 걸리며 우왕좌왕했다. 처음에는 ‘L4 스위치’라는 네트워크 장비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교체했지만 전산망 이상이 계속되자 원인 찾기에 다시 나서 엿새 뒤 ‘라우터 연결 단자’ 불량이 진짜 원인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어쨌거나 장비와 부품 노후화 방지, 가동 상태 모니터링 체계 구축, 비상시 가동되는 백업 시스템 완비 등을 위한 투자가 그동안 부족하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수소 공급 부족 사태는 수소 생산업체 중 하나인 현대제철 당진 제철소에서 발생한 설비 고장이 발단이었다. 이로 인해 수소 공급이 급감해 지난 21일 수도권과 강원·충청권의 23개 수소 충전소가 재고 부족으로 운영시간 단축에 들어가면서 수소 대란이 시작됐다. 수소차 운전자나 운영자들이 충전에 애를 먹었고, 충전을 제때 하지 못한 차량이 견인되는 사례까지 빚어졌다. 정부가 지역 간 수급 조율에 나섰지만 수급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생산설비 투자가 확대되도록 하는 일에 정부가 늑장을 부린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인프라 투자는 제때에 늦지 않게, 더 바람직하게는 선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민생도 산업도 원활하게 돌아가며 경제 전체가 선순환하게 된다. 인프라 투자가 수요 증가에 비해 뒤처지면 국민 생활에 애로가 생기고 산업 효율성이 저해된다. 행전전산망 마비는 정부의 ‘디지털 정부’라는 자부심에 흠집을 냈고, 수소 대란은 정부의 친환경 수소차 보급 확대 정책의 허술함을 드러냈다. 정부는 차제에 인프라 전반을 재점검하기 바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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