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마친 여고생 사지마비로 몰고 간 ‘칼치기’ [그해 오늘]

2019년 사고 재조명…칼치기 차량에 버스 급정거
가해자 금고 1년 형…제도적 미비 지적
  • 등록 2024-12-19 오전 12:00:10

    수정 2024-12-19 오전 12:00:10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2020년 12월 19일 칼치기 피해자 A양(20)의 언니가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사고 당시 버스 블랙박스 영상.(사진=한문철 TV 유튜브)
사고는 2019년 12월 16일 경남 진주에서 발생했다. 당시 고3이던 A양은 시내버스에 올라타 뒷좌석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버스가 정류장을 막 출발하던 그때 시내버스 앞으로 갑자기 렉스턴 차량 한 대가 끼어들었다. 순간 버스가 급정거했고 미처 앉지 못한 A양은 맨 뒷좌석에서 버스 앞쪽 동전함까지 날아가 머리를 부딪쳤다.

이 사고로 A양은 머리 피부가 찢어지고 5, 6번 경추가 골절돼 6시간의 수술을 받았으나 사지마비 판정을 받았다.

이후 검찰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혐의로 렉스턴 차량 운전자 B씨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으나, 8번의 공판 끝에 가해자에게 금고 1년형이 선고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B씨가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으며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칼치기 사고 피해 언니가 올린 국민청원.(사진=연합뉴스)
1심 선고 후 피해 학생의 언니는 ‘진주 여고생 사지 마비 교통사고, 사과 없는 가해자의 엄중 처벌’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글을 올렸다.

피해 학생 언니는 “고3 졸업식을 앞두고, 대입 원서도 넣어 보지 못한 동생은 꿈 한번 펼쳐보지 못한 채 기약 없는 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며 “여전히 손가락 하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며 긴 병원 생활로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까지 겹쳐 신경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고 했다.

이어 “올해 20살이 된 꿈 많은 소녀는 대학생증 대신 중증 장애인 카드를 받게 되었고, 평생 간병인 없이 하루도 살아갈 수 없게 됐다”며 “가해자가 받은 1년이란 실형은 20살 소녀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아픔과 가족들이 겪는 고통에 비하면 너무 가벼운 처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가족은 사지 마비된 동생을 돌봄과 동시에, 2심 재판을 준비해야 한다”며 “2심 재판에서는 가해자가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며 자신의 잘못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원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당시 법조계에서는 현행 양형 기준상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무리한 끼어들기’는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으며 단순 과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12대 중과실은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제한속도보다 20㎞ 이상 과속 ▲앞지르기 방법 위반 ▲철길 건널목 통과 방법 위반 ▲횡단보도 사고 ▲무면허 운전 ▲음주운전 ▲보행자 도로 침범 ▲승객 추락 방지 의무 위반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운전 의무위반 ▲적재물 추락 방지 조치위반 등이다.

이에 칼치기 적발과 처벌 수위를 높이거나 12대 중과실 조항에 칼치기 조항을 추가하여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이 적용되어서 5년 이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며 “다만 지금 피해자의 상태가 사지마비라는 아주 중한 피해를 입었는데 그런 것과 비교해보면 처벌과 피해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게 아닌가 이렇게 볼 수 있는 여지는 분명히 있다”고 KBS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 판단도 1심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사고로 피해자가 사지마비 되고 타인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으며 가족들은 강력한 처벌을 탄원한다”며 “그러나 초범이고 가족들에게 보험금이 지급된 점 등을 고려하면 1심은 합리적 범위 내에서 양형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피고인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현재 B씨는 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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