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윤**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남긴 글이다.
남편은 아내 눈치를 보면서도, 아내는 피가 거꾸로 솟으면서까지 JTBC 금토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부의 세계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20년 4월 한국인이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중 드라마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가 높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드라마 주제인 ‘불륜’이 최근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불륜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예비 신혼부부라고 자신들을 소개한 커플이 알고 보니 불륜 사이였고, 한 예능프로그램의 재연배우도 형부와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의혹으로 지탄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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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 카페’ 활동도 한창이다.
2만5000명 이상이 가입한 다음 카페 ‘*** 사랑?????’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륜의 아픔…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라고 소개하고 있다.
지난 2004년 개설된 카페의 메인 화면은 애니메이션 감독 트레이 파커의 명언 “사랑은 결정이 아니다. 사랑은 감정이다. 누구를 사랑할지 결정할 수 있다면 훨씬 더 간단하겠지만 마법처럼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로 장식했다.
이혼, 상간녀, 위자료 등 불륜 관련 소송에 대해 무료로 자문을 받을 수 있는 해당 카페에선 부부의 세계보다 더한 현실 세계가 펼쳐진다.
“불구덩이로 들어간다. 오늘부터 1일. 마음아 많이 사랑하지 말자”라며 자신의 외도 사실을 터놓고 말하자 “불구덩이 아닐 수도 있어요. 님 하기에 따라 꽃길일 수도 있어요”, “아~ 좋네요. 이때가 너무 좋죠”, “부럽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또 “(상대 남성) 부인에게 미안하다”는 글에 “즐기세요”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회원 김모 씨는 “게시물 제목이 ‘위로한다’여서 들어가 보면 ‘정신 차려라 이것들아’라며 각성시키는 글들도 많다”면서도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이상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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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남(기혼남성) 저한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이혼할 거라고 해서 믿었다. 근데 알고 보니 저보다 한 살 어린 다른 여자 만나더라. 그것도 저처럼 동호회에서 만난…”, “기남이 (아내 외에) 두 명의 여자를 데리고 놀았더라. 나도 어차피 바람 상대일 뿐이라는 걸 너무 잘 알게 됐다”는 글로 ‘바람 핀 X은 또 핀다’는 정설(?)을 입증했다.
“아내의 외도, 남편보다 적지만 가정 파괴력 크다”
실제 부부의 이혼 문제를 다룬 1990년대 KBS 2TV 드라마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자문의이자 미국 킨제이연구소 출신 성 전문가 강동우·백혜경 부부는 지선우의 대사처럼 “‘남편만 내 인생에서 깨끗이 도려내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유튜브 채널 ‘의학채널 비온뒤’에 출연한 백씨는 “그래서 이 드라마가 일종의 판타지인 거다. 외도의 정황이나 피해자의 심리 묘사는 훌륭하지만 맞바람, 복수는 실제로 어렵다. 현실에선 어려운 일들을 드라마에서 해내는 걸 보면서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극 중 아내와 상간녀 모두 사랑한다는 이태오에 대해선 “연극성 성격 장애다. 연예인 기질이 있다. 다른 사람의 주목을 받고 사랑과 인정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사람”이라며 “이태오 아버지도 외도를 한 것으로 나온다. 일종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이에 대해 “아버지의 외도를 따라 한 이태오의 행동은 퇴행과 고착이라고 볼 수 있다. 아버지의 외도가 그렇게 싫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신도 외도로 돌아오는 퇴행, 그 상처의 시기로 돌아가 못 벗어나는 고착을 보이는 것이다. 외도는 유전이 아니라 ‘상처’ 때문에 외도를 하는 것이다. 결국 자신의 문제”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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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씨는 또 배우자의 외도를 참는 심리에 대해 “배우자의 외도로 내 인생이 무너지는 것을 참을 수 없고 이혼했다는 사실이 남들에게 알려지는 것도 싫어서 참고 사는 분들이다”며 “그런 분들은 우울증, 불안증, 분노감정, 화병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부의 세계에서 ‘남자한테 잠자리는 배설일뿐’이라는 대사가 있는데 성적 배설이 아니라, 필요하면 병원에 와서 분노 감정을 배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대로 산다면 평생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