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생각이다. 홍 대표는 2009년 펴낸 책 ‘변방’에서 “북핵문제와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해선 보다 전향적인 입장이 필요하다”며 “남북관계의 본질적인 문제는 북핵과 체제보장의 문제로 귀착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이 북미대화에 집착하는 이유는 북한 체제보장에 현실적인 위협이 되는 나라를 한국이 아니라 미국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홍 대표의 이러한 인식은 2018년 한반도의 상황과 꼭 들어맞는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독일 베를린에서 발표한 ‘베를린 구상’과 맥을 같이한다. 문 대통령은 당시 “북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신뢰가 쌓이고 종전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미국과 북한 사이의 균형자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도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생각과 일치한다. 홍 대표는 이 책에서 “북미협상이 진행되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현재의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며 “정작 남북관계의 당사자인 한국은 북미 간 체제보장 협상에 하나의 종속변수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리로서는 미국과 협력하여 북한을 안심시킬 수 있는 국제적 보장을 해주고 북핵폐기를 유도하는 방안이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홍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날을 세우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위장평화쇼”라고 비판한게 대표적이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홍 대표의 강경발언이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까 걱정하고 있다. 한국당 경남지사 후보로 나선 김태호 전 지사는 “(위장평화쇼 발언은) 너무 나갔다”고 비판했다. 유정복 한국당 인천시장 후보도 “제발 오버 좀 하지 마시라”고 질타했다.
당내 비판에도 홍 대표의 자신감 넘치는 발언은 그치지 않고 있다. 그는 10일 충남 홍성에서 열린 6·13 지방선거 필승결의대회에서 “최근 남과 북에서 제일 욕을 많이 먹는 사람이 나”라면서 “내가 부담스럽지 않으면 남과 북이 이렇게 합작해서 한 사람을 공격하고 욕할 일이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문재인정부 1년간 생활이 좋아졌으면 더불어민주당을, 아니면 자유한국당을 지지해달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당 안팎에선 홍 대표가 계속 당권을 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이러니하게도 “17개 시도 중 6곳 이상 이기지 못하면 당 대표 사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야권 관계자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국제정세 때문에 진 것이지 홍 대표가 못해서 진 것이 아니라는 프레임이 작동할 것”이라며 “사퇴 후 조기전당대회에서 재신임을 물을 경우 홍 대표를 저지할만한 사람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기면 이기는대로 지면 지는대로 당 대표직을 유지하는 꽃놀이패를 쥐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