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격랑 속 동북아 정세…위기불감 정치권, 경각심 가져야

  • 등록 2022-10-31 오전 5:00:00

    수정 2022-10-31 오전 5:00:00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북한을 중심으로 러시아와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북한은 우리 군의 대규모 실병 기동훈련 기간인 28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사실상 확정하는 중국 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다시 도발을 감행한 셈이다. 올 들어 25차례의 탄도미사일과 3차례의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한발 더 나아가 7차 핵실험 준비를 끝내고 시기만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의 수렁에 빠져 있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한국을 콕 집어 비판했다. 2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 러시아 전문가 모임에서 그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을 알고 있다”며 “이럴 경우 한·러 관계가 파탄 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살상 무기를 공급한 사실이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이번 푸틴의 언급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에서 긴장감이 돌고 있다. 푸틴은 이미 북핵 문제와 관련,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북한 편에서 압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핵무기 카드까지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김정은의 오판을 자극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마오쩌둥에 버금가는 독재권력을 완성한 시진핑이 지난 22일 막을 내린 당대회에서 “(대만에) 무력 사용을 포기한다는 약속은 절대 안 한다”고 경고한 것도 흘려들을 수 없는 대목이다. 미국이 최근 2022국방전략보고서(NDS)에서 러시아를 가장 급박한 위협으로, 중국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한 것은 최근 이 두 나라의 행보를 보면 더욱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신냉전의 파고 속에서 한·미·일 자유세계와 북·중·러 전체주의 세력간 대립구도가 점점 격화하는 모습이다.

동북아 정세는 혼돈이지만 위기 불감증에 빠진 정치권은 정쟁으로 날 새는지조차 모른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미일 군사훈련을 친일로 모는 등 안보문제를 지지세력 결집의 도구로 삼으며 한미일 삼각 공조를 위협하고 있다. 안보와 국방에는 여도 야도, 보수도 진보도 없다. 정치권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비상한 각오로 안보 태세를 강화하고 위기 극복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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