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청 곳간 넘쳐도 국고 지원...퍼주기다

  • 등록 2025-01-02 오전 5:00:00

    수정 2025-01-02 오전 5:00:00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기한을 3년 연장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그제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가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으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법안 통과를 밀어붙인 결과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교육청이 전액 부담하기로 됐던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정부가 계속 교육청과 나눠낸다.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지난해의 경우 1조 9872억원이며 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9439억원(95%),지자체가 994억원(5%)을 부담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도입한 고교 무상교육은 고교생에게 입학금·수업료·교과서비 등을 전액 면제해 주는 제도다. 미래 세대가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면에서 취지는 나무랄 데 없다. 문제는 재원 조달 방식이다. 초·중·고교 교육을 담당하는 전국 17개 교육청에는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10조원 안팎 쌓여 있다. 학령인구가 계속 줄었지만 자동 배정되는 교육교부금 수입은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매년 늘었기 때문이다. 2019년 55조 2000억원이었던 교육교부금은 2023년 75조 7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같은 기간 학령인구가 553만 7000명에서 531만 2000명으로 줄어든 것과 딴판이다.

교육청 사정이 어렵다면 몰라도 곳간이 넉넉한데도 정부가 지원하도록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정부는 고교 무상교육 경비를 5년간 한시 지원하도록 한 특례조항이 지난해 말 일몰할 것으로 보고 관련 예산은 편성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기한 3년 연장 법안을 지난해 7월 발의했고 끝내 강행 처리한 것이다. “국가가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 같은 엉뚱한 논리와 “무상 급식도 없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정치 공세를 앞세우더니 입법 폭주로 국고를 축내게 했다.

이 법안은 선심성 세금 뿌리기와 별다를 게 없다. 민주당이 예산총칙을 단독으로 고쳐 재해대책 등에 쓸 예비비를 무상교육에 투입하도록 한 것도 원칙에 맞지 않는다. 합리적으로 집행해야 마땅할 혈세를 표심 낚기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교육부는 “법안이 정부에 이송되면 국무회의를 거쳐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지만 거부권 행사를 요구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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