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의에 국제학술대회 줄줄이…다시 K마이스 전성시대 [MICE]

2025년 청사의 해 K마이스 재도약
20년 만에 경주서 APEC 정상회의
중소도시 첫 개최, 경제효과 2.8조
서울서 경제·정치학계 올림픽 개최
부산·대전·수원서도 대형 국제회의
유치지원 늘리고, 해외거점도 확대
  • 등록 2025-01-03 오전 12:00:35

    수정 2025-01-03 오전 11:42:06

[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2010년과 2012년은 40여 년 K마이스 산업사(史)에서 ‘퀀텀(Quantum) 점프’의 성장을 이룬 시기로 평가받는다. ‘국제회의의 꽃’으로 불리는 정상회의를 연달아 개최하면서다.

2010년 11월 한국은 아시아뿐 아니라 신흥국 중 최초로 ‘G20 정상회의’(세계금융경제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여세를 몰아 2012년 3월엔 UN총회 다음으로 큰 정상급 국제회의 ‘핵안보정상회의’도 열었다. 이틀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2차 핵안보정상회의에는 G20 정상회의보다 2배 이상 많은 53개국 정상과 대표단 1만여 명이 참여해 했다.

정상회의 개최 효과는 이후 다양한 국제회의 유치로 이어졌다. 한국은 국제협회연합(UIA)이 집계한 국제회의 개최 순위에서 2013년 세계 3위(635건)에 이어 2015년 2위(891건)로 올라섰다. 2016년엔 사상 처음 세계 1위(997건)에 등극했다. 정상회의 개최 전인 2009년 한국은 일본(5위)에도 한참 뒤처진 11위(347건)에 머물렀다. 서울도 같은 기간 5위권에 머물던 순위를 3위권 이내로 끌어올렸다. 최고 난도인 국제행사인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치러 내면서 국가와 도시 브랜드가 올라가고 대형 국제회의 개최 역량을 인정받은 결과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APEC 정상회의 21개국 정상·각료 등 2만여 명 참가

성장 정체기에 머무르던 K마이스가 2025년 ‘청사(靑蛇)의 해’를 맞아 재도약에 나선다. 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통해서다.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20개국이 넘는 각국 정상이 참여하는 정상회의가 국내서 열리기는 13년 만이다. 아태 지역 21개국 정상과 각급 각료 등 2만여 명이 참여하는 APEC 정상회의도 2004년 부산 개최 이후 20년 만이다.

10월 말부터 6일간 열리는 APEC 정상회의는 관광·마이스 분야 지역 균형 발전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지금까지 열린 정상회의 중 처음으로 대도시가 아닌 지방 중소도시에서 열리기 때문. 정상회의에 앞서 열리는 200여 건의 실무급 고위관리회의(SOM)와 9개 부처가 참여하는 11건의 장관회의는 경주 외에 서울과 인천, 제주, 부산에서 분산 개최된다. 2000년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시작으로 그동안 정상회의는 모두 서울, 부산 등 대도시에서만 열렸다.

경북연구원은 APEC 정상회의로 경북도와 경주시가 약 1조 4400원의 경제효과를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분산 개최로 인한 전국 단위 경제효과는 2조 8000억원에 육박한다. 특히 중소도시로는 처음 정상회의를 여는 경주시는 앞서 APEC 정상회의를 연 도시들이 누린 후광효과에 주목하고 있다. 약 4000명의 내외신 기자, 세계 500대 기업인이 참여하는 APEC 정상회의를 세계 10대 관광도시로 도약하는 계기로 삼는다는 전략과 목표도 설정했다.

실제로 25만 인구 경주보다 작은 인구 7만의 멕시코 로스카보스는 2002년 APEC 정상회의 이후 연간 34만여 명이 찾는 인기 관광도시가 됐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2012년), 인도네시아 발리(2013년), 베트남 다낭(2017년)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세계적인 휴양·관광지로 떠올랐다.

경북 APEC정상회의준비기획단 관계자는 “경주가 한류와 K컬처 원류이자 실크로드의 출발점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한식과 한복, 한옥, 한지, 한글 등 ‘5한(韓)’과 K팝, K푸드, K콘텐츠 등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하이코)에서 열린 ‘APEC 2025 KOREA 경주 포럼’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운데)와 주낙영 경주시장(오른쪽 네번째) 등 관계자들이 성공적이 행사 개최를 다짐하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경북도청)
3~4년 전 유치한 대형 국제회의 개최 본격화

코로나 팬데믹 기간과 엔데믹 전환 직후인 3~4년 전 유치한 굵직한 국제행사들도 올해 속속 개최된다. 해외 참가자가 1000명이 넘는 대형 행사들로 분야도 정치와 경제, 교통, 과학, 의료, 해양, 스포츠 등 다양하다.

서울에선 7월 ‘세계정치학회 총회’에 이어 8월 ‘세계경제학자대회’가 열린다. ‘정치학계 UN 총회’로 불리는 세계정치학회 총회에는 80개국 1900여 명의 정치학자가 참여한다. 2년 주기로 열리는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건 1997년 이후 30여 년 만이다. 세계계량경제학회가 5년 주기로 열어 ‘경제학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경제학자대회에는 역대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등 해외에서 1300여 명의 경제학자가 참여한다. 10월엔 세계신경학연맹 소속 120개국 5000여 명 신경과 전문의가 참여하는 세계신경과연맹 국제학술대회도 열린다.

4월 부산에선 100여 개국 1000여 명 해양보전 분야 전문가가 참여하는 ‘제10차 아워 오션 콘퍼런스’, 45개국 가정의학 전문의 1000여 명이 참여하는 ‘세계가정의학회 아태 학술대회’가 예정돼 있다. 11월엔 아시아 최초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각국 스포츠 장관 1800여 명이 참여하는 세계도핑방지기구 총회가 열린다.

대전에선 5월 ‘국제핵물리학콘퍼런스’와 ‘세계동물유전학회총회’가 열린다. 모두 해외 참가자만 800여 명에 달하는 행사들이다. 이어 9월엔 의료 로보틱스와 영상 분야 전문가 2000여 명이 참여하는 ‘국제의료영상컴퓨팅총회’가 국내 최초로 열린다. 수원에선 5월 지능형 교통체계(ITS) 분야 20개국 700여 명 전문가가 참여하는 ‘ITS 아태 총회’, 6월 고양에선 50개국 800여 명 해양·극지 엔지니어링 전문가가 참여하는 ‘국제 해양·극지공학회 콘퍼런스’가 개최된다.

정창욱 한국관광공사 마이스실장은 “이전까지 회복이 더뎠던 국제회의 분야 실적은 올해 코로나 이전 수준을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되살아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국제회의 유치 지원금을 1.5배 상향하고 행사와 단체 유치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해외 거점을 일본 오사카, 대만 타이베이 등으로 확대해 기존 8개소에서 12개소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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