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원무기화 또 들고 나온 중국, 흑연만의 문제 아니다

  • 등록 2023-10-23 오전 5:00:00

    수정 2023-10-23 오전 5:00:00

중국이 2차전지 핵심 원료인 구상흑연 등 고민감성 흑연제품을 12월부터 수출규제 품목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번 조치가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지난 18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추가 조치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미국의 압박에 대한 맞불 성격이 짙어 보인다. 지난 8월 첨단 반도체 제조 원료인 갈륨·게르마늄에 이어 이번에 흑연까지 수출통제 대상에 포함, 자원 무기화를 노골적으로 드러냄에 따라 핵심 산업광물 자원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비상이 걸린 셈이다.

흑연은 2차전지의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중 하나인 음극재를 구성하는 핵심원료다. 포스코퓨처엠이 거의 전량을 중국으로부터 수입· 생산하면 국내 배터리 3사 등 유수 업체들이 이를 납품받아 2차전지로 제조하고, 국내외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공급받아 완성차를 생산하게 된다. 흑연의 수급 차질은 전세계 1위의 국내 배터리업계는 물론 자동차 업계 등 산업계 전반에 연쇄 타격을 미치는 구조다.

더 큰 문제는 미·중 기술패권경쟁 속에서 중국이 다른 핵심 광물로 전선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통제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반도체·전기차 등의 핵심 광물에 대한 수출제한 카드를 계속 구사할 공산이 크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희토류 15종을 포함, 핵심 원자재 51종 중 중국의 점유율이 가장 높은 광물이 33종, 물량 기준으로는 3분의 2에 달한다. 거의 전량을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한국으로선 이런 사태가 현실화될 경우 그 충격은 2년 전 요소수 대란과 비할 바가 아닐 것이다.

핵심 자원의 공급망 다변화는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만큼 정부는 당장 기업들과의 유기적 협력을 통해 중국 정부 설득에 나서야 한다. 이참에 자원 외교를 복원해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 자원 부국으로 수입처를 다각화하고 대중 의존도를 끌어내리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핵심광물 30종의 중국 비중을 50%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답보상태다. 경제외교에 총력을 기울여 미국 주도의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과 호주 주도의 핵심광물작업반 협력 체계도 적극 활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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