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사진) 최고경영자(CEO)는 13일(현지시간) 최대주주 중 하나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PFI)가 먼저 테슬라 상장폐지를 제안했으며, 이에 따라 필요한 자금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상장폐지가 테슬라 지분 약 5%를 보유한 사우디 국부펀드를 비롯한 주요 대주주들의 동의하에 이뤄지고 있음을 강조한 동시에 자금 조달 우려까지 일축한 것이다.
머스크 CEO는 이날 테슬라 블로그에 상장폐지 추진에 대한 장문의 글을 올렸다. 지난 7일 트위터에 상장폐지를 언급, 금융시장에 작지 않은 충격을 준 지 일주일 만에 그동안의 ‘막전막후’를 나름 소상히 밝힌 것이다. 그는 상장 폐지를 오랫동안 염두에 두고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는 “약 2년 전 사우디 국부펀드가 테슬라의 비상장 전환 문제와 관련해 여러 차례 접근했다”며 “지난해 초 처음 만났고, 석유에서 다변화할 필요성에 관해 관심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상장폐지를 위한 주식매입 자금이 700억달러(약 79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자금조달에 의문을 표시하는 월가 일각의 시선에 대해서도 머스크 CEO는 “사우디 국부펀드는 비상장 전환에 필요한 충분한 자금, 그 이상을 갖고 있다”며 “지난주 트윗에서 ‘자금은 확보돼 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라고 일축했다.
더 나아가 사우디 국부펀드가 지난달 31일 테슬라 전무이사 등이 참석한 만남에서 자금지원을 재차 약속하면서 상장폐지를 추진하지 않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고 머스크 CEO는 밝혔다. 그러면서 “비상장 전환은 부채를 활용하는 통상의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며 “700억달러가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너무 과장됐다. 테슬라 주주의 3분의 2가량은 비상장 상태에서도 주주로 남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머스크 CEO는 논란의 ‘트윗’과 관련, “정보를 모든 투자자와 공유하지 않고 대주주와 공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 7일 트윗을 통해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약 47만원)에 비공개 회사로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자금은 확보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머스크 CEO의 트윗 직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약 20억달러의 테슬라 지분(5%)을 확보해 최대 주주 반열에 올라섰다고 보도했었다.